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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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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21. 2024

"길을 잘못 들어도 갈 길은 나와. 무리하지 마."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그에게.

길을 잘못 들어도 갈 길은 나와 무리하지 마.


  여자친구가 운전을 시작했다. 차를 사고, 꽤 긴 시간 주저했다. 여러 번의 도로 연수 끝에 차로 출퇴근을 결심했다. 준비성이 철저한 여자친구는 내게 부탁했다. 길이 복잡하니 주말에 오가는 길을 함께 해달라는 것. 난 당연히 함께 하겠노라 했다. 


  가는 길은 대기업의 출퇴근 동선과 겹친다. 아침저녁으로 차들이 가득하다. 이미 초보에게 난도가 높다. 거기다, 고가를 건너고, 차선을 여러 차례 바꿔야 하니 만만한 길이 아니다. 지금은 한산한 주말. 우리는 시뮬레이션을 가동했다. 


  차선을 바꿀 자리. 차선을 변경하지 못했을 때, 가야 하는 길을 생각하며 다녔다. 여러 차례 회사와 집을 오갔다. 그녀는 이젠 괜찮다는 말과 함께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좋다며,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며 화답했다. 가는 길. 곰곰이 생각했다. 막 운전을 시작하는 여자친구에게 필요한 말이 무엇일까? 집 근처에 거의 다다랐을 때,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길을 잘못 들어도 갈 길은 나와. 무리하지 마."


  운전 초반 난 자주 무리 했다. 길치니, 무리하는 일이 잦았다. 내비게이션을 안내에도 길을 잘못 들기 일쑤였다.  틀린 길에 마음 졸이며 차선을 억지로 바꿨다. 결과는? 실패다. 거기서 끝이면 다행이다. 때때로 위험을 알리며 "빵~"하는 소리가 들려 움찔하기도 한다.  


  원치 않게 다른 길로 들어선다. 즉시 내비게이션은 경로를 다시 탐색한다. 좋지 않은 결과만 나올까? 아니다. 길은 나온다. 이따금 원래 가려고 했던 길보다 도착 예정시간이 줄기도 한다. 새롭게 만난 길이 꼭 나쁘지만 않다. 경치가 좋은 길을 만나기도 하고, 더 빠르게 가는 길을 보기도 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언제가 그렇듯, 내비게이션은 새로운 길로 날 안내하며 탐험을 즐길 수 있게 재탐색은 한다.


  길을 가다 보면, 우린 틀린 선택이라 생각하며 간다. 정말일까? 틀린 선택이라는 것이 있을까? 종종 길을 잃고, 다시 찾아가며 자주 느낀다. 틀린 길은 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다른 길만 있다. 잘못 간 길에도 언제나 길은 나오기 마련이다. 


  옳다고 믿는 길을 따라간다고 무리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안 되는 일에, 어려운 일에 매달려 위험한 길로 가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능숙하게 길을 찾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꾸준히 자책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오늘 초보 운전자인 그에게 한 말을 내게 하고 싶어 진다. 


  '길을 잘못 들어도 갈 길은 나와. 무리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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