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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Nov 20. 2022

자네 꼰대 인가?

네 그러합니다.

자네 꼰대 인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꼰대인가? 이른바 '젊 꼰'(젊은 꼰대)인가? 당연히 아니라는 답이 돌아올 테니 테스트가 필요했다. 구글에 '꼰대 테스트'를 해봤다. 결과는 아니라고 한다. 꼰대력 레벨이 1에서부터 5까지라고 하는데, 나는 1이다. 정말 다행이다.


꼰대 테스트 결과


꼰대는 기성세대를 뜻하는 은어이자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단어이다. 순화된 단어로 바뀌면 좋겠지만, 번뜩 떠오르는 단어도 없거니와 이미 굳어진 단어를 바꾼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멸칭이기 하지만, 우선 이 단어를 쓰고자 한다. 


천대받는 꼰대와 죄악시되는 오지랖 상황이 마뜩지 않다. 조금이라도 조언을 할라치면 꼰대라고 도망가며 욕하고, 걱정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할라치면 오지랖이라며 당장 멈추지 않으면 왕따가 되기 일쑤다. 


물론 그런 대접을 받아도 이상할 것 없는 이들이 있긴 하다. 그들은 단죄되어야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꼰대와 오지랖을 5 단계로 나누고 싶다. 5단계는 <웬만에서는 그들을 막을 순 없다>에서 노구(신구 역)의 화내는 층위를 가져와 구분해봤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출처: SBS 옛날 예능>


극대 꼰대, 대 꼰대, 중 꼰대, 소 꼰대, 극소 꼰대로 나눠봤다. 



1. 극대 꼰대

극대 꼰대는 하루에도 수십 번 조언과 충고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을 이른다. 듣지 않는다면, 구시렁거리기 기술을 시전 한다. 자신의 이야기는 충분히 가치 있다고 확신하고, 이야기를 듣는 이들은 영광으로 여길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듣는 사람 이야기 따윈 관심이 없다. 주제도 무척 넓다. 모르는 것이 없고, 모두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듣는 사람 온몸에 라테를 쏟아붓는다



2. 대 꼰대

대 꼰대는 하루에 서너 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강도와 빈도는 극대 꼰대에 비하여 적다. 하지만, 때때로 높은 언성으로 자신의 조언을 듣는 이들의 귀에 때려 박아 넣는다. 더군다나 자신이 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일이라고 여긴다. 


물론 이들도 듣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



3. 중 꼰대

중 꼰대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자신의 충고를 전달한다. 이들은 가끔 충고를 하는 대신 거의 날을 잡아서 한다. 보통 회식이라든지, 회의 시간이 그날이 되곤 한다. 이들 덕분에(?) 불편한 회식이 되어 먹는 게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긴 회의 시간 주범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가끔은 듣는 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기억은 하지 못한다.



4. 소 꼰대

소 꼰대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때를 보고 충고한다. 이들부터는 꼰대라는 말보다는 다른 단어를 붙이는 게 올바르다. 사려 깊은 꼰대가 된다. 상대 방의 상태를 살핀다. 듣는 이들이 무엇이 고민인지 멀리서 가만히 지켜본다. 그러다 그들이 막히거나 힘들어 때 조용히 다가가 말을 건넨다.


이들은 듣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기억한다. 



5. 극소 꼰대

극소 꼰대는 좀처럼 먼저 충고하는 일이 없다. 사실 이들은 꼰대가 아니다. 보통 이들에게는 충고를 들으러 간다. 요청을 해도 자신은 충고를 할 위치도 경험도 없다며 피하기까지 한다. 나와 너의 상황을 다르다며. 이들은 보통 존경을 받는 수준에 도달해있다. 


이들은 우선 이야기를 가만히 듣는다. 그리고 섣불리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말하더라도 무척 문학적이거나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모든 꼰대를 무시하고 오지랖을 금지하는 이 상황이 싫다고. 그들은 자신의 경험과 조언을 말할 수 있다고. 그리고 꼰대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말하기 전에 기다리라고, 말하는 이들이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그들이 막히는 시점이 오고, 충고를 원할 때까지.


진정한 꼰대는 섣불리 자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가만히 듣고, 조용히 관찰한다. 그리고 기억한다. 그런 뒤에야 말하기 시작한다. 짧지만 강렬하게.


"자네 꼰대인가?"라는 질문에 "저는 꼰대입니다. 다만 극소 꼰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한 줄 요약: 꼰대에도 오지랖에도 등급이 있다. 모든 꼰대를 욕하지 말고, 모든 오지랖을 거부하지 말자.


P.S.

극소 꼰대가 되길 노력하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극대 꼰대에서부터 중 꼰대는 욕먹는 이유를 아셨으면 한다. 

(무척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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