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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Nov 24. 2022

자네 기력인가?

그래도 내 친구 무기력.

* 이세정 작가님의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그래도 뭔가 해야 된다면?> 글에 영감을 받아 쓴 글입니다.


자네 기력인가?


친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눈앞을 아른거리는 친구가 있다. 이름은 기력이다. 이 친구는 무례하다. 아무런 말 없이 내게로 와서는 한참을 머물고 있다 간다. 언제 간다는 말도 없고, 갈 때도 말없이 간다. 가끔 와서는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는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


기력이라는 친구는 눈치도 참 없다. 많은 일을 해야 할 때 불쑥 등장하기도 하고,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도 나타난다. 그러고는 그저 나를 멈추게 한다. 떠나고 나면 멈춘 시간 동안 하지 못한 일에 바빠진다. 그리고 가족들과도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불편한 친구다.


가끔은 긴 시간 나에게 머물기도 하는데, 일주일 정도 있다 간다.  아무리 귀한 손님도 오래 있으면, 귀찮게 마련인데 이 친구는 더하다. 최근에 '기력이'가 내게 머물고 갔다. 소리 소문 없이 지금은 떠났다. 다행이다.


갈 때마다 이 말을 하고 싶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내가 이렇게 험한 말을 하더라도, 기력이라는 친구는 내게 또 찾아올 테다. 눈치가 없는 녀석이니까.

아 참! 기력이 성은 "무"씨다.


그래도 내 친구 무기력.


모든 일에는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이 있다고 한다. 기력이라는 녀석에게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기력이'도 좋은 점 한 조각이 있긴 하다.


우리 앞에는 매일 해야 할 일이 놓여있다.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일들은 매일 모양을 바꿔가며 시간도 달리해 나에게 나타난다. 집중해서 해결해야 하고, 신경을 써줘야 무난히 흘러간다. 잘해도 티 안 나고, 못하면 야단맞기 일쑤인 일들이 즐비하다. 


쳇바퀴 도는 느낌이 든다. 아무런 성과 없이. 그렇게 내 속에 있는 에너지를 끊임없이 소비하게 된다. 몸도 정신도 이를 받아 안을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넘어서도 계속한다. 바로 책임감이라는 녀석 때문이다. 한계를 넘어서도 꾸역꾸역 일을 한다. 휴식을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한다. 


그때 '기력이'가 나타난다. 그리곤 나에게 조금 쉬어가라고 한다. 기력이의 다른 이름은 휴식이었다.



한 줄 요약: '기력이'는 나를 쉬게 하러 오기도 한다.



P.S.

그래도 기력아 가끔은 눈치는 보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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