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Nov 27. 2022

개선장군은 아니지만 기억해야 할 말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


역사에 관심이 많다. 특히 고대 로마 역사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 한 시대를 지배한 국가. 하지만, 로마도 망했다. 강력한 힘에도 유한함을 깨닫게 한다. 그 굴곡이 지금 사회에서도, 지금 인간에게도 보인다. 그래서 로마 역사에 더 관심이 간다.


눈과 귀가 한참을 머문 제도가 있다. 개선식이다. 로마는 전권을 한 사람에게 잘 쥐어주지 않는다. 권력은 늘 분산하고 기간을 정한다. 독재를 방지하고, 상호 견제하기 위해서다(결국에는 제정으로 가긴 했지만). 하지만, 국가에 큰 위기가 닥치면, 한 명에게 큰 힘을 단기간 주고 문제를 해결케 한다.


위기는 보통 전쟁이다. 승리하고 오면 대접 또한 융숭하다. 로마 정치 세계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나라를 구한 징표인 개선식이 필요하다. 개선식은 곧 영향력이고, 영광스러운 자리이다.


승리한 장군은 새하얀 말이 네 마리가 이끄는 전차를 타고 등장한다. 로마 시민은 모두 나와 그에게 환호한다. 로마 시내를 한 바퀴 돈다. 전차에는 승리를 이끈 장군 말고 한 명이 더 타고 있다. 바로 노예다.


노예는 개선식 내내 개선장군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메멘토 모리)


거기다 개선장군에게 수여되는 물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고 한다.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개선장군에게 무슨 김 빠지는 행동인가 싶다. 곰곰 생각해보면, 오만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뜻인 듯하다.


메멘토 모리


개선장군은 아니지만, 메멘토 모리는 계속 기억에 남았다. 나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각인된 모양이다. 메멘토 모리가 한동안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기억 집 한 곳에 자리를 잡고는 잠잠했다.


그러나 문뜩 녀석이 날뛴다. 내가 죽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듯. 그 녀석을 잡아 다시 진정시킨 후 기억에 집 한 곳에 다가 나 두고는 그 옆에 여러 생각들을 함께 둔다.


'죽어가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 질문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있으니, 몇 사람이 떠오른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 여자 친구, 친한 친구들, 희망이다.


지금 죽음을 생각하니 소중한 이들이 떠오른다. 후회가 남지 않게 그들에게 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메멘토 모리는 소중한 이들에게 표현하라와 묶어 놓았다.


오늘도 어머니에게 감사하다, 아버지에게 고맙다, 동생에게 잘하고 있다, 여자 친구에게 사랑한다, 친구들에게 덕분에 좋은 추억이 있어 감사하다.라는 말을 망설이지 말고 해야겠다.


메멘토 모리는 내게 늦기 전에 표현하라는 말이 되었다.



한 줄 요약: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소중한 이들에게 표현하자. 지금 당장.



매거진의 이전글 자네 기력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