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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Nov 21. 2022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그래도 뭔가를 해야 한다면?

회사란 말이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농담하듯 말하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밥은 먹어야 하고 아이들 밥도 먹여야 한다. 빨래도 하루 이틀은 미룰 수 있지만 더 미루면 걷잡을 수가 없다. 모든지 그 즉시에서 바로 치워버리는 게 나중을 위해서도 나은 선택이다. '내 일을 대신해줄 누군가가 있는가? 아닌가'. 일을 미루느냐 미루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내일의 나에게 미루지 뭐...'라고 말을 해보지만, 내일의 나도 결국 '나'다. 일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일에 발이라도 달려서 나 싫다고 도망가면 좋겠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증상의 두 가지 원인 - 번아웃과 무기력,
그리고 그 둘의 공통분모 무가치함


번아웃

[심리]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 기력이 소진되어 무기력증, 우울증 따위에 빠지는 현상


모든 질병의 원인은 스트레스, 번 아웃도 예외는 아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말 그대로 불타(burn) 재만 남은 상태(out)다. 스트레스는 왜 받나?

INPUT : 할 일의 가짓수가 많다. 시간은 없다. 일을 해결할 능력은 부족하다. 도와줄 사람도 없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PROCESS : 내 역할이 불분명하다. 책임감 강한 누군가가 일을 혼자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입만 나불거리는 것들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자기가 다 했네 떠들고 다닌다.

OUTPUT : 기껏 책임지고 완수했는데, 하필 외부 경기가 좋지 않다. 이 프로젝트는 나가리가 되었다. A 컨셉으로 하라고 해서 했더니 내가 언제 A라고 했냐? 나는 B라고 했다. 귀가 제대로 박힌 거냐?라는 핀잔을 듣는다.


무기력

어떤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다.


할 일은 있는데 감당할 여력이 없다. 기운이 안 나고 힘이 없는 이유는 까? 번 아웃(burn out)된 게 아니라면 왜 해야 하는 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공부를 예로 들어보자. 공부는 해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한다. 공부를 안 해서 살짝 불안한 마음도 있다. 그런데 공부는 하기 싫다.  좋은 PC방을 안 가고 굳이 공부를 해야 하는 지를 모르겠다.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그 이유만으로 게임이 주는 재미를 포기하고 책상 앞에 앉으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기는 어렵다.


번아웃, 무기력 이 둘의 공통분모는?

무가치함이다. 누구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삽질하고 싶지 않다. 기껏 아침에 눈떠서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땅을 팠는데, 이제 그거 다시 덮으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전에 모셨던 상사는 고의는 아니었지만 이런 삽질을 많이 시켰다.

"신입사원 대상 PPT 좀 만들어봐." 금요일 퇴근 무렵에 이야기해서 주말에 기껏 만들면, 막상 월요일이 돼서 메일을 확인도 안 한다던가? 3년이 넘게 그 자료를 업데이트했는데, 실제로는 한 번도 쓰지도 않았다던가? 그런데 그 말조차 안 해줬다던가?

"이번에 ** 관련 ppt를 만들어봐."라고 해서 이미 보고용, 발표용 버전을 만든 터라, "대상이 누구일까요?"라고 물어보면, "그냥 만들어. 뭘 그리 물어봐."라고 해서 일단 만들었더니, 자기 혼자 보고 흡족해한다던가?

이 무슨 삽질이란 말인가? 나는 왜 주말에 이 일을 했어야 했단 말인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나만의 해결방법

<출처 : Pixabay>
(+) 더하기

아니! 여태 내 말을 뭘로 들은 거지?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뭘 더하라니?

맞다. 더해야 한다. 일단,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설거지라도 한다. 이부자리라도 갠다. 몸을 움직이고 나면 그 관성으로 누워있을 때 보다 오히려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참고 : Small win>

https://brunch.co.kr/@viva-la-vida/554


(- ) 빼기

말 그대로 쉰다. 번아웃이라면 일을 줄인다.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단장까지는 아니지만 인간의 모습을 하고 밖에 나가는 게 귀찮으니, 외식은 패스, 라면을 먹거나, 배달을 시킨다.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일단 눕는다. 누운 채로 웹툰을 본다. 그 마저 귀찮으면 그냥 가만히 멍 때리고 있는다.


무기력이라면 발등에 불 떨어질 때까지 미룬다.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와 임계치에 달할 때까지 기다려본다. 데드라인 효과를 누린다. 다만 급하게 하는 일에 실수가 많고, 마감일에 임박하면, 수정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 X ) 곱하기

의미 있는 일을 더한다. 힘이 안나는 이유는 일에서 내가 소외되었기 때문이다. 제빵사가 직업만족도가 높은 이유다. 제조에서 판매까지 다 볼 수 있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기왕이면 당장 할 수 있고, 성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보람된 일일수록 좋다. 취미의 영역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려본다.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 Martin Seligman은 행복에는 공식이 있고, 행복한 상태는 스스로가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의 ‘행복방정식’에 따르면, 우리가 느끼는 행복도(H)는 이미 가지고 있는 유전적 기질(S), 주어진 외부 환경(C)과 더불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V)의 합으로 결정된다. 결국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유전자나 환경을 탓하는 것은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며,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트렌드 코리아 2023, 지은이 김난도 등>


(÷ ) 나누기

큰 일은 생각만 해도 저걸 언제 다할까 한숨부터 나온다. 작은 일부터 시작한다. (X ) 곱하기에서 목표를 정했다면 세부적으로 해야 할 일을 나눈다. 나만의 간트 차트를 만들어본다. 

예를 들어, 올 한 해 출간을 목표로 삼았다고 치자.

1월은 주제 선정 및 목차 정하기

2~3월은 목차에 맞게 본격적인 글쓰기(+ 자료수집)

4~5월은 퇴고

6월은 출판사 리스트 정리 및 기획서 작성, 투고

일련에 과정에 해야 할 일들을 더 작은 단위로 쪼개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참고로 존 크럼볼츠, 라이언 바비가 <빠르게 실패하기>에서 밝힌 작은 행동들을 위한 제언을 담는다.


Suggestions for Action Steps ​

•Keep it specific: 행동의 내용을 명확히 한다. 행동을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어디서, 왜 언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Keep it easy: 행동은 쉬워야 한다. 행동 단계가 성취하기 쉬워야 한다. 행동 단계가 완료되지 않았다면 덜 도전적인 것으로 조정해야 한다.
•Keep it fun: 즐거워야 한다. 어떤 행동을 택하든, 즐겁고 흥미로운 경험이 돼야 한다. 긴장될지라도 열정을 갖는 일이면 된다.
•Keep it immediate: 즉각 행동한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으며 단기간에 끝맺을 수 있어야 한다.
•Keep it cheap: 비용이 적게 들어야 한다. 최저의 시간과 돈, 자원을 필요로 하는 행동이어야 한다.
•Keep it real: 현실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샘플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어떤 장소를 방문하거나, 서류를 정리하는 일과 같은 것들을 시도하라.
•Keep it social: 사회적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함으로써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해도 무언가를 할 마음이 안 생긴다.

법륜스님 말씀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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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먹고살 만한 거다.

https://youtu.be/N9iPnVIQ1so


한 줄 요약: 번아웃, 무기력증이라면? (+) 일단 몸을 움직인다. (-) 쉰다. 무언가 할 마음이 생길 때까지. (X) 의미 있는 일을 찾는다. (÷) 그 일을 쉽게 성취할 수 단위까지 쪼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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