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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Oct 29. 2022

자기주도적 학습이 어려운 이유는 나도 나를 모르기 때문

우리 아이 사랑만 있으면 된다.

나 자신을 아는 능력, 메타인지


 아이 꿈은 수의사다. 꿈이 수의사인데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아이에게 수의사가 되려면 공부를 아주 많이 잘해야 한다고 말해줬는데, 아이는 쿨하게 점점 잘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한다. 이 꿈이 가득한 아이를 어쩌면 좋을고? 조금 시니컬하게 들릴 수 있지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대게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잘한다. 아이들끼리 비교는 좀 그렇지만, 초등학교 때 천재인지 해법인지 수학 경시대회 시험을 보고 나오면 두 아이 반응이 달랐다.


(큰 아이) "100점 인 것 같아."

(나) "어려운 건 없었어?"

(큰 아이) "응, 쉽더라."

(작은 아이) "두 개 틀린 것 같아. 하나는 알았는데 실수했고, 하나는 내가 다른 개념을 썼어."

(나) "잘했네."


이렇게 말한 두 아이의 성적은 큰 아이 7*점, 작은 아이는 자기가 말한 그대로 9*점이었다. 적어도 자기가 뭘 알고 뭘 모르는 지를 아는 것부터가 시작인데, 아이는 자기 객관화가 아직 안된다.

메타인지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더닝 크루거 효과다.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도 모른다. 지혜는 무지를 아는 데서 시작된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한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한 사람으로 불리는 이유다.

https://naver.me/GDbJzC7F


메타인지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봐야 한다. 계획과 실천을 비교해 보는 경험이 쌓여야, 예상과 결과 사이 간극이 줄어든다. 이른바 Plan, Do, See 가 되겠다. PDS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데도 도움이 된다. 내가 어디가 부족한지 여러 번 실행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A가 약하니 a부터 차근차근 익혀보자." 이런 맞춤형 계획은 자기 자신이 아니면 세우기가 어렵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점차 계획을 업그레이드를 시키고 실행력을 높인다.

<출처 : Pixabay>

2년 전 큰 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 자기 주도적 학습 코칭을 받았다. 소장님은 시험이 끝나면 표를 하나 그려보라고 하면서 샘플을 몇 개 보여줬다. 표의 행에는 시험과목을 적고 열에는 예상 점수, 실제 점수, 비고란을 둔다.


시험 시작 전 과목별 예상 점수를 적는다. 시험이 끝나고 실제 점수를 그 옆에 기입한다. 비고란에는 왜 그런 차이가 났는지, 내 예상과 다르게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쉬웠는지를 기록한다. 앞으로 이 과목은 어떻게 보충하면 좋을지 계획을 세워본다. 중학생 남자아이가 이 표를 채우기는 쉽지 않다. 간절함이 부족한 탓이리라.


영어 단어 테스트로 메타인지를 측정하는 실험이 있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 사이에 암기력 차이는 없었다. 두 대조 집단 모두 10개의 단어를 외우는데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다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자기가 일정 시간 동안에 몇 개의 영어 단어를 외울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면 자신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에 공부할 분량, 장애요인을 고려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낙관적인 기대를 걸고 계획을 세운다. 장밋빛 희망은 실망으로 얼룩진다. 완벽주의가 심한 아이라면 한번 망친 걸로 다 놓아버릴 수도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지만 지피까지는 못하더라도 '지기'만 하더라도 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데는 무리가 없지 않을까?


+ Small Win


"나는 A가 약하니 a부터 차근차근 익혀보자."

A를 이루기 위해 a를 익혀가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붙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한 사법고시 합격자는 공부할 분량을 1일 단위로 쪼개 그날 하루는 그것 하나만 끝냈다고 한다. 매일 저녁 공부한 범위를 테스트하며 small win을 쌓아간 셈이다. 사법고시 합격이라는 big win도 매일매일 small win이 불러온 승리감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켜 '조금만 더' 나아간 결과다.


조던 B. 피터슨은 12가지 인생 법칙에서 Rule 1으로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라고 말한다. 그는 여러 동물을 예로 드는데 이 중 바닷가재 사례 대표적이다.

야생 속에서 살아가는 바닷가재는 주거지, 먹잇감을 놓고 동족과 결투를 벌이며 살아간다. 그 결투에서 이긴 바닷가재는 세로토닌이 분비가 된다. 그 결과 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해진다. 결투에서 진 바닷가재는 세로토닌 분비량이 준다. 위축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놀라운 사실은 결투에서 진 바닷가재는 결투 전이라면 능히 이겼을 경쟁자의 도전도 피한다. 패자 마인드에 길들여진 것이다.

뇌 화학(brain chemistry), 즉 신경 화학적 관점에서 패배한 바닷가재와 승리한 바닷가재는 크게 다르다. 이런 차이는 승리와 패배를 받아들이는 자세에서도 나타난다. 바닷가재가 자신만만한 모습인가 아니면 위축된 모습인가는 신경 세포의 교감을 조절하는 두 화학 물질인 세로토닌과 옥토파민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승리하면 세로토닌 비율이 높아지고, 패배하면 옥토파민 비율이 높아진다.

  세로토닌 수치가 높고 옥토파민 수치가 낮은 바닷가재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으스대며 걷는다. 도전을 받아도 움츠리거나 물러서지 않는다. 실제로 세로토닌은 바닷가재의 몸을 유연하게 만든다. 유연한 바닷가재는 부속 기관들을 쭉 뻗어 더 크고 무섭게 보일 수 있다. 방금 싸움에 패한 바닷가재에게 세로토닌을 주입하면 팔다리를 쭉 뻗으며 다시 승자에게 덤벼들어 예전보다 더 오래, 더 치열하게 싸운다.
- <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B.피터슨 지음, 강주헌 옮김 > 중에서


한 줄 요약 : "너 자신을 알라." 자신을 알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작은 계획을 완수해나갈 때 더 큰 도전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호르몬 샤워를 받을 수도요.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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