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정 Oct 22. 2022

결과로 과정을 말한다 - 빡센 자사고 설명회 후기

우리 아이 사랑만 있으면 된다.

우리는 결과로 과정을 말한다.


오늘 다녀온 곳은 빡세기로 유명한 S 자사고 설명회다. 입결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PPT 제목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결과로 과정을 말한다."

뭐 이리 비장해?라고 생각했는데, 입담 좋으신 홍보부장? 님 설명 덕에, 제목만큼 내용이 공포스럽진 않았다. 전교생의 98%가 남아서 방과 후와 자율학습을 한다는 건 조금 무시무시했지만 말이다. 자사고에 재직 중인 선배 언니나, 동기들 물어보면, 요즈음은 100% 자율학습 이런 건 없다고 한다. 아이들은 학교보다 분위기 좋은 스터디 카페(줄여서 스카...라고 한단다.)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 하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못 이긴다고, 신청하는 학생만 받아서 하다 보니 100% 자율학습은 어렵다.

 

자사고 설명회는 여기가 3번째인데, 들어오는 아이들 중학교 백분위 성적은 확실히 여기가 높았다. 자소서와 면접으로 뽑는다지만 애초에 잘하는 아이들이 지원을 하는 것 같았다.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패스해야겠군. vs 들어만 가면 일단 내 마음 부담을 덜겠군


정시형 vs 수시형


설명회는 2부로 나눠서 진행이 되었다.

1부가 우리는 결과로 과정을 말한다 였다면 2부는 우리는 과정으로 결과를 말한다였다. 다행인가? 그래. '과정'이 앞에 나오잖아. 렇게까지 격한 곳은 아닐 거야. 우리 아이도 적응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위안을 삼아봤다.)


우리 아이는 정시형일까? 수시형 일까? 퀴즈가 나왔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퀴즈라, 아이들을 대신해 우리 아이 성향에 맞춰 학부모가 손을 들고, 직접 온 아이들은 본인들이 손을 들었다. 약간 답정너 느낌이었는데, 정시 타입은 수동적인 아이들, 수시 타입은 적극적인 아이들을 상징하는 그림이 답안으로 나왔다. 를 들어, 샤프만 들고 다니는 아이 vs 삼색펜을 들고 다니는 아이 중 정시는 샤프만 들고 다니는 쿨한 아이다. 수시는 삼색펜으로 중요도를 구분하는 꼼꼼한 아이다. 요런 문제들이 몇 개가 있었다.


여기까지 설명회를 찾아온 아이들이라면 진취적이고 리더십이 있는 아이들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내 앞에 앞에는 눈에 익은 아이가 있었는데, (아마도 큰 아이와 같은 초등학교였을 것이다.) 정시형 답변 vs 수시형 답변 중 수시형에 손을 계속 들었다. 재미 삼아 만든 문항일 테니, 심각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 아이는 공부는 못하지만 정시로 가야겠다. 수시는 글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아이에 해당하는 답변은 정시형이었다.


이 학교, 인기가 많긴 하구나


설명회 시작 30분 전에 도착했음에도 강당이 거의 다 채워져 있었다. 다른 데는 미리 신청 안 해도 이름 쓰고 들어갈 수 있던데 여기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인지 신청을 안 하면 못 들어가는 분위기였다. 다른데 다주는 휴지 사은품도 없다. 아 있구나. 칫솔 하나 받았다.


가서 적응만 한다면야 땡큐지. 아이가 7시에 나가서 10시 반에 돌아온다는데, 얼마나 고맙나. 밥도 주고. 둘째만 챙기면 되겠군. 앞에서 설명하시는 선생님이 농담 삼아 한마디 하신다. 이 시기에 아이들과는 서로 마주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한 줄 요약 : 결과가 무시무시한 학교는 과정도 그럴만하더라. 그런데 우리 아이에게 잘 맞는 학교일지는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게 꿈이에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