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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Oct 18. 2022

저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게 꿈이에요.

우리 아이 사랑만 있으면 된다.

OO 이는 꿈이 뭐야?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 일화입니다. 학교 앞 태권도장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자주 열었는데요. 아이들에게 자기소개나 장래 희망 발표를 시켰어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발표할 일이 자주 생길 테니, 우호적인 청중들(엄마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회를 주려던 의도였지요.


발표일이 다가오자, 아이가 준비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준비라고 해봤자 별거 없었지만, 무슨 말을 할지 아무 준비 없이 나갔다가 혹시 다른 사람들 앞에서 긴장해서 실수할까 봐 걱정이 되었던 거죠. 실수 자체는 괜찮은데,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게 되면 그 다음번에는 발표 자체를 안 하게 될까 봐서요.


(나) "OO 이는 꿈이 뭐야?"

(둘째) "사람들이 꿈을 물어볼 때, 어떤 직업으로 대답해야 할 것 같은데, 난 아직 무얼 해서 먹고살아야 할지 정하지 못했어. 난 직업은 못 정했지만, 어른이 되면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아기도 100마리 낳을 거야."


속으로 '뭐, 100마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놀란 건 아이가 어른들이 무엇을 물어보는지 알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대견했어요. 어른들이 원하는 답은 아니지만 자기 생각을 가지고 '꿈'을 말하는 모습이요.


'좋은 아빠'는 어떤 아빠야? 아마 제가 노련한 엄마였다면, 후속 질문을 이어갔겠지만, 저는 아이 생각이 기특하다 정도에서 그치고 대화를 더 이어 나가진 않았습니다. '좋은'은 가치에 관한 질문이니까, 아이 기준에 좋은 게 무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텐데요. 아쉽습니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는 잘 안 하거든요. 벌써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어요.

<출처 : Pixabay - 아이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자랄까요?>


명사형 꿈과 동사형 꿈


'역사의 쓸모'에서 최태성 선생님은 자신이 '꿈'을 발견한 계기를 이렇게 말해요.


교실 앞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하는 말이 귀에 딱 들어왔어요.
“우와, 이 선생님 진짜 잘 가르친다!” 이 말을 들은 순간, 저는 감격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감이라는 걸 갖게 되었어요. ‘나도 잘하는 게 있나 보다’ 생각했어요.

내가 가진 지식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능력. 이것이 나의 장점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동사의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가진 능력이 한 학생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까, 이 능력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거죠. 그 학생의 말 한마디가 제 인생을 바꿔놓은 셈입니다.
<출처 : 역사의 쓸모, 지은이 최태성>


지식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자, 이미 선생님이었던 그는 어찌 보면 '명사형'의 꿈을 이룬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그 명사형 꿈에 동사형이 가진 능동성이 부여됩니다. 더 많은 사람에 내가 가진 지식을 정리하고 전달하자. 최태성 선생님은 그렇게 인터넷 무료 강의를 시작합니다.


첫째 아이 꿈은 수의사입니다. 반 장난으로 "너 고양이 알레르기 있잖아."라고 놀립니다만 아이의 고양이 사랑은 한결같습니다. - 고양이를 싫어하는 아이가 어디 있겠냐만, 아직까지 자기가 하고 싶고, 어디 가서 말하기에도 그럴듯해 보이는 꿈이 수의사인가 봅니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직업의 세계는 제한적이다 보니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을 꿈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왕이면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물어볼 때 그럴듯해 보이는 직업이 좋은가 봅니다. 아이는 수의대에 갈 성적이 안되는데, 높은 목표에 제대로 된 시도도 못해보고 미리 좌절할까 걱정입니다.


아이에게 '수의사'라는 명사형 꿈 대신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자'라는 동사형으로 꿈을 이야기해 볼까 봐요. 수의사가 아니더라도,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할 수는 있으니까요. 아이가 스스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무언지, 어떤 일을 할 때 가치 있다고 여기는 지를 깨달아야겠죠.

<출처 : Pixabay>

여담입니다만, 오늘날 입시는 아이가 명확한 명사형 꿈을 가지기를 요구합니다. 중학교 때부터 이미 자기 진로가 명확하다면 학생부 종합전형에 쓸 거리가 풍부해지고 대입에도 유리하거든요. 중고등학교 시절 제 모습을 돌아보면, 전 나중에 무엇을 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지는 않았어요. 그게 명사형이건 동사형이건요. 아직 세상을 충분히 경험해 보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진로 설계는 막연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갭이어가 필요하려나요?


한 줄 요약 : 꿈은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으로 꾼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보다 분명한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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