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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Oct 29. 2022

아이가 보내는 신호

우리 아이 사랑만 있으면 된다.

약속이 있어 집에 늦게 들어갔다. 귀갓길에 둘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수분크림, 앰플, 마스크 팩이 어딨어?"

"수분크림은 화장실 거울 뒤 서랍에 있고, 앰플은 없서. 마스크 팩은 냉장고 우유 있는 데 있는 것 같던데?"

"알았어."

"그런데 그건 왜 갑자기?"

"형이 내일 졸업 사진 찍는 데 좀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집에 도착했더니, 큰 놈은 얼굴에 마스크 팩을 붙이고 있었고, 둘째는 숨어있었다.

"동생은 어딨어?"

"엄마 못 찾게 숨었어."

- 속으로 어지간히 어리광 부린다 싶었다. 아이는 침대와 옷장 사이 틈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티 나게 숨었네?


이때 아이가 보내는 신호는, '관심받고 싶다.'이다.

형 마스크 팩이야 형이 학원 갔다 올리브 영에 들려서 사도 그만이다. 작은 아이가 연락을 할 때는 저녁 식사 메뉴를 물어볼 때뿐이다. 오후 다섯 시 무렵 "오늘 저녁은 뭐야?"라고 톡을 하나 보낸다. 오늘은 형아 핑계 대고 굳이 전화통화를 다.


덩치도 작지 않은데 굳이 숨어서 장난을 치는 걸 보니, 오늘 많이 심심했던 모양이다. 이럴 때는 '우쭈쭈' 한번 해줘야 하는데, 집에 오면 순서대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다. 맹숭맹숭 넘어갔다. "엄마야! 깜짝이야!" 정도 해줬어야 했는데! 

<출처 : Pixabay>

오은영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네 살쯤 된 여자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진료실에 들어옵니다. 아이 팔에는 뽀로로 반창고가 2개나 붙어 있었습니다. 아이가 어디 다쳤냐는 질문에 아이 엄마는 "아니요. 얘는 반창고를 자꾸 붙여달라고 해요."라고 말합니다.


오은영 박사는 반창고를 붙여달라고 하는 진정한 이유는 엄마의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말합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반창고'라는 시각으로도 확인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만, 아이가 다쳤을 때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지는 말라고 말합니다. 강렬한 자극은 머릿속에 남아 이유 없이 아프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친절하게 관심을 주지만 과잉 반응하지 말아야 합니다.

<발췌 :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p.230-p.231, 지은이 오은영>


집에 돌아와도, 일단 해야 할 일들에 마음을 뺏겨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놓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느껴집니다. 분주한 마음을 내려놓긴 쉽지가 않습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은 불안에 기인합니다. 그거 당장 안 해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데도 말이죠. 일이 많다 싶으면 조금 내려놓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집안일을 하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관심을 두는 일입니다.


"소는 누가 키우냐?" 이 질문 저도 좋아합니다.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여유 있게 살아라. 인생을 즐겨라. 이런 무수한 조언들에 대해 콧방귀 뛰듯 제가 했던 말도 이 말입니다.

잠깐 한눈 판다고 소가 도망치지 않습니다. 누가 나를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불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불안하다고 해결이 되는 문제도 아닌데 말이죠.


내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돌아봐야겠습니다. 순위별로 리스트업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해요. 가족은 0순위입니다.

<출처 : Pixabay>

한 줄 요약 : 내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눈치챌 수 있다. 할 일 하나 놓쳐도 세상 무너지지 않는다.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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