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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Nov 09. 2022

직장에서 베프를 만들 수 있을까?

회사란 말이지

회사 내 베프 두 언니들


회사에 친해진 언니 두 명이 있다. 둘은 같은 부서였다가 이제는 옆 부서에서 근무를 하는데, 함께한 세월이 20년이 넘는 단짝이다.

구내식당에서 언니들을 우연히 만나 같이 밥을 먹었다. 둘은 메뉴가 달랐는데, 한 언니가 자연스럽게 자기 걸 덜어서 다른 언니 식판 위에 올려놓고, 다른 반찬을 덜어 빈 그릇을 하나 만들더니 그 언니 반찬을 가져갔다. 이걸 예상이라도 한 듯이 그 언니는 반찬을 푸짐하게 담아왔다. 정겨웠다.

언니들이 밥 다 먹으면 같이 운동을 하자고 한다. 오후에 면접 진행이 잡혀있던지라, 샤워하고 머리 말릴 자신이 없어 거절을 했다. 두 언니는 일주일에 세 번은 이렇게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운동을 한다고 한다.


이 둘도 좋기만 하진 않았을 것이다. 사소한 일로 화가 나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했다가 다른 사람 귀를 거쳐 돌아온 일도 있었을 테고.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이해관계가 얽히기 마련이라, 서운한 감정도 분명 쌓였으리라. 두 언니는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우리 서운하고 실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서로 말하고 풀자. 이렇게 정하고 나니, 그다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하소연하고 풀고 싶은 일이 생겨도 멈칫하게 된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서로에 대한 믿음도 견고해졌다.


직장동료는 직장동료일 뿐


내 경우는 어떤가? 2달 일했던 회사 사람들은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지만, 몇 년을 같이 일한 사람들과 퇴사 후 연락하는 일은 없다. 이 중 한 언니는 자기네 회사 인사팀에 자리 비었다고 얼마 전 연락을 주기도 했다. 공채로 들어갔던 사회 초년생 시절 두 회사는 동기라는 이름으로 묶여서 인지 20년이 지나도 연락을 하고 지내지만, 직장 동료랑 '친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전 회사는 일단 연령대가 나와 달랐고, 지금 회사는 철저한 개인주의다. 워낙 사람들에게 치여서 그런 건가? 아님 그런 사람들만 모아 놓은 건가? 이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그렇게 변하는 건가? 알 수 없다. - 사람에게 치여서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생일이 되어 알림 메시지가 떠도 누구 하나 축하한다는 인사도 없다. 혼자 살가운 팀장님 혼자 인사를 한다. (그래서 나도 팀장님 생일에만 인사를 한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이상, 아는 척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다.


가끔 두 언니들을 보면 부럽다. 그 둘은 직장 동료를 넘어서 친구이기 때문이다. 같이 상사 욕도 할 수 있고, 서로 집안 대소사를 훤히 꿰고 있으며, 억울한 일이 있을 때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이 지척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출처 : Pixabay>

이전에 옆 부서 직원 일로 분노하는 나를 보더니, 누군가 이렇게 말을 툭 던졌다.

"난 직장 동료를 이렇게 이야기하면 미안하지만, 회사에서 얼굴 보는 사람 정도로 밖에 생각 안 해. 그런데 너는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

그 말을 곰곰이 뜯어봤다. 분노하고 실망하고 이런 격한 감정은 '기대'했기에 생긴다. '나는 상대방과 내 사이가 그 정도도 안되나?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지?'라고 생각을 했었다. 상대방은 나를 그만큼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직장 동료와 친구는 다르다. 오은영 박사님 말처럼, 그날 하루 안 싸우고 퇴근했으면, 회사 생활 잘한 거다. 내가 직장동료와 친구를 같은 선상에 두고 착각한 거지.


한편, 하루에 대부분을 묶여있는 직장에서 친한 친구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척하면 척 알아듣고, 힘들 때 잠깐 달달이 먹자고 불러서 5분~10분 머리를 같이 식힐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을까?


한 줄 요약 : 직장 동료는 친구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경계를 뚫고 베프를 만들기도 한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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