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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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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Nov 11. 2024

"약은 드리지만, 쉬셔야 해요."

쉼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약은 드리지만, 쉬셔야 해요."


  얼마 전 아팠다. 감기 기운이 고개를 내밀더니, 존재감을 확실하게 냈다. 무거운 감기를 이고 지고, 회사에 출근했다. 긴장을 한 탓일까? 일에 집중한 덕분일까? 아니면, 감기 녀석도 돈 버는 일에는 예의상 방해를 하지 않겠다며 자리를 피했을까? 일을 하니 괜찮다고 착각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급한 일을 정리를 하고 나니 느슨해졌다. 몸은 쑤셨고, 목은 까끌거렸다. 동료들은 얼굴색을 살피더니, 걱정의 눈빛을 보낸다. 씩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퇴근이라는 약만 먹으면 낫을 거라는 우스개 소리를 했다. 눈치 없는 몸이 아니라는 듯 기침을 토해냈다.


  퇴근. 후다닥 나갔다. 병원을 갈까 하다 귀찮았다. 아니 가기가 버거웠다. 차를 몰고 가까운 약국에 갔다. 평소에 볼 수 없던 안내문이 있다. "약 조제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읽기도 전에 약사님이 물어보신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증상을 간단히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시며, "약 조제 할게요. 며칠 분드릴 까요?" 무슨 소리인지 짚기어 내다, 3일이라 말했다. 조제가 시작되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듣고 몽롱하게 서있었다. '의약분업 예외지역' 푯말이 있다. 검색했다. 회사에서는 처음으로 약국에 간 탓에 몰랐다. 이 지역은 의약분업 예외지역이라고 한다. 약사가 의사 처방전 없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 의료기관이 먼 곳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해 주는 약국이라고 한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니, 약봉지를 길게 빼들고 약사님이 나오신다. 복용방법과 시간을 말해주신다. 약봉투에 이름을 적어 넣으시며 말하신다. "감기예요. 약은 드리지만, 쉬셔야 해요." 약봉지를 받아 들고 계산을 하며 내 얼굴을 빤히 보신다. "따뜻하게 하고 쉬세요." 마음이 찌르르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나왔다. 


  약을 먹어 한 번에 낫는 병은 없다. 쉬며 내 몸이 병을 이겨내는 환경을 조성할 뿐이다. 특히 감기는 그렇다. 약을 먹으면 14일, 쉬면 2주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하다. 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같다면, 왜 약을 먹어야 하나라는 각진 생각을 깎다 멈췄다. 약을 먹는 일이 나를 챙기는 방법이고, 약을 복용하며 스스로를 챙기는 것을 잊지 말라고 몸으로 새겨내는 일처럼 느꼈다.


  가끔 쉼에 소홀하다. 아니 자주 무심히 내팽겨 친다. 하는 일이 바쁘다는 탓도, 가족 와 친구들을 챙겨한다는 핑계도, 휴식은 곧 낙오라는 두려움도 이유가 된다. 나보다는 다른 이, 다른 것들로 인해 가장 소중한 나를 등한시하다 보면, 몸이 말을 건다. 여기가 한계고 쉬라고. 


  진짜 약을 먹기 전 휴식이라는 약을 먹어야 하는데, 잊고는 호되게 당한다. 조수석에 둔 약봉지가 차 움직임에 맞춰 이리저리 움직인다. 차를 갓길에 잠시 세웠다. 집에 가서 약을 먹겠노라 미루는 생각을 미뤘다. 약봉지를 하나 까먹고는 따스한 쌍화탕으로 넘겼다. 목을 타고 뜨근한 약이 흐른다. 


  쉬는 일은 나를 챙기는 일이다. 잊지 말자. 바쁘다는 탓도, 소중한 이를 챙겨한다는 핑계도, 낙오라는 두려움도 다 접자. 내가 있어야 일도, 소중한 이도, 두려움도 있다. 오늘은 진짜, 쉬어야겠다. 몸도 생각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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