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향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Dec 16. 2024

"공부 좀 열심히 할걸."

괜히 마음이 쓰입니다.

"공부 좀 열심히 할걸"


    축하할 소식이 들렸다. 수능이 끝났고 속속 결과가 나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인 자제분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듣는 나도 기뻤고, 환호하는 그분을 보는 일은 묘했다. 내 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뜨뜻해지더니, 박수가 절로 나왔다. 진심은 강해 내게도 전달되었다. 약간 들뜨기까지 했다.


  퇴근을 했다. 집을 가는 길에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간단한 안부를 묻고는 본론을 말했다.


  "공부를 좀 열심히 할걸 그랬어. 아는 분 자제가 서울대에 갔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거든. 내가 서울대 갔으면 엄마도 좋았을 거 아니야. 물론 나도 좋고."


  어머니는 빵 터지셨다. 이어서 자못 진지하게 답을 돌려주셨다.

  "각자 가는 길이 달라. 누구는 서울대를 가고, 누구는 박사가 되고, 누구는 유학을 가지. 좋고 나쁨은 없어. 난 지금 아들이 좋단다."


  전화를 끊기 전까지 저녁 잘 챙겨 먹으라 하시곤 유쾌하게 웃음을 날리시며 전화를 끊었다.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실까 궁금했다. 물어보면 되지 하며 전화를 했다. 역시나 바쁘신 모양이다. 통화 중이시다. 몇 분 뒤, 아버지 전화가 왔다. 어머니에게 했던 이야기를 비슷한 이야기, 아니 같은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는 웃음을 빼시고 진지하게 말하셨다.


  "난 지금 내 아들이 좋다. 미안하다. 넌 유학을 충분히 갈 수 있었는데, 내가 돕지 못한 게 아쉬워. 다시 말하지만, 지금 내 아들이 최고다." 난 웃으며, 알겠다고 저녁 챙겨드시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터벅터벅 걸어가며, 두 분의 말을 곰곰이 되뇌었다. 발 끝에서 찌르르했다. 어머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사랑을 고백받은 느낌이다. 건강하게 곁에 있고, 퍽 열심히 살고 있는 아들에게 서울대 따윈 중요하지 않다. 내게도 부모님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가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반대도 그런 모양이다. 


  다행이다. 아버지, 어머니와 언제든 이렇게 전화를 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아! 물론 그때로 돌아가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서울대는... 아마 어려울 테다. 난 나를 잘 아니까. 공부도 재능이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시험을 치르는 것도 재능이다. 오래 공부하는 능력은 있어도 단박에 치르는 시험에는 젬병이다. 아버지, 어머니 죄송하지만 서울대는 못 가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