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대접하세요.
꼭 그릇에 밥을 먹는 이유.
직장을 다닌다. 홀로 살다 보니, 혼밥 하는 경우가 잦다. 포장을 해오기도 하고, 간편식을 사다 먹기도 한다. 밥을 먹을 때 원칙 하나가 있는데, 바로 그릇에 담아 먹는다. 불편하다. 설거지를 해야 하고, 덜어놓고 치우는 일도 귀찮다.
포장을 하면 대부분 흰색이나 검은색으로 된 플라스틱이다. 칸칸이 나눠져 있거나 국물을 가득 담아 놓은 냄비다. 바로 먹으면 편하다. 먹고 남은 음식물을 치우고 그릇은 한 번 행군 다음 버리면 흔적도 없다. 그래도 난 그릇에 꼭 덜어 먹는다. 이유가 있다.
"나라도 나를 대접하기 위해."
혼자 살다 보면, 아니 혼자 밥을 먹다 보면 오직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곤 한다. 어떤 때는 밥을 먹었다는 의식을 치르는 정도에 그치기도 한다. 밥을 먹고 나도 헛헛해진다. 그저 먹기만을 위한 일이 된다. 하지만, 굳이 밥을 먹을 때, 그릇에 옮겨 담고 한 상을 차려내면? 꽤 괜찮다.
우린 먹기 위해 살지만, 먹고만 사는 건 아니다. 식사를 귀찮음과 대충으로 무장한 체 먹게 되면 우울함에 빠지기 쉬웠다. 서울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연구에 따르면, 혼자 밥 먹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나 혼자만 느낀 건 아닌 모양이다.
의식을 치르듯 그릇을 꺼낸다. 반찬을 이쁘게 담으려 노력한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둔다. 어떤 날은 배열이 꽤 괜찮다는 생각에 사진까지 찍어둔다. 물론 집밥과 비교는 안되지만, 꽤 그럴싸한 한 끼가 된다. 너덜거리는 플라스틱 보다, 단단한 사기그릇에 담기는 음식은 맛도, 보기도 달라진다.
맛은 오감으로 느낀다. 눈으로 귀로 코로 촉감으로 그리고 입으로. 음식은 단순히 음식만이 아니다. 언제나 쓰고 버릴 수 있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소중히 대접받고, 뜨거운 열을 견디며, 어떤 음식이라도 물들일 수 없는 그릇. 그릇에 담기면 음식은 변한다. 귀찮더라도, 그릇에 음식을 옮겨 담는 일이 나를 대접하는 일이 된다.
스스로를 대접하는 일이 참 중요하다. 나도 나를 존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대접해 주길 바랄 수 있을까? 하루를 여는 아침에도, 바쁘게 달리다 마음에 점을 찍는 식사에도, 하루를 정리하고 먹는 저녁도 모두 스스로를 대접할 수 있는 기회다.
공자께서 한 말이 떠오른다. "스스로 자신을 존경하면 다른 사람도 그대를 존경할 것이다."
나를 챙기고 존경하는 방법의 시작은 스스로에게 멋진 한 끼를 대접하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귀찮음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을 하루에 몇 번씩이라도 챙겨야 한다. 혼자 먹는 그러 그런 식사가 아니라, 꽤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바꾸는 오늘은 산다.
퇴근 시간에 무엇을 먹을지, 나를 어떻게 챙길지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