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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Sep 05. 2022

지금은 맞고 그땐 틀린 여수 #1

오랜만이다. 여수야.

오랜만이다. 여수야


출장으로 여수를 자주 갔었다. 

지금은 퇴사한 벤처기업에서 밀고 있던 주력 사업이 양식수 처리였다. 양식장이 있던 곳이 여수라 매달 갔다. 양식장에 문제라도 생기면 며칠을 지내야 했다. 회사에서 300 km 넘게 떨어져 있고, 쉬지 않고 달리면 4시간 정도 걸리니 참 힘든 길이였다. 


여수는 혼자 가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은 회사 상사와 함께 간다. 좁은 차 안에서 상사와 4시간을 함께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여수를 간다는 건 기쁜 일이 아니었다. 또 일로만 가게 되니 시골에 있는 양식장과 숙소만 갈 뿐 다른 곳을 가본 적도 없었다. 맛집은 언감생심. 거기서 자주 먹은 건 김치찌개이니, 여수의 맛집도 몰랐다. 


한마디로 여수가 싫었다.


퇴사 후 5개월 만에 여수를 가게 될지 몰랐다. 여자 친구가 다녀온 여수는 내가 알던 여수가 아니었다. 맛집도 멋진 풍경도 많은 곳이라고 한다. 사진도 보여주고,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여자 친구에게 설득당하곤 여름휴가에 가자는 약속까지 덥석했었다.


2022년 08월 28일 8시에 출발했다. 가기 싫던 여수가 이번에는 나를 반긴 걸까? 무척 화창한 날씨는 기분마저 산뜻하게 했다.


나를 환영하던 화창한 날씨


출장으로 가던 여수의 길에 분명히 이렇게 좋은 날이 있었을 테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가기 싫은 마음 때문이었으리라. 매번 가던 휴게소도 느낌이 달랐다. 화장실만 가던 휴게소에서 여자 친구와 간식도 사고, 밥도 먹으니 같은 장소인가 싶다. 가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사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여자 친구와 서로 노래 선곡도 하고, 이야기도 하니 여수에 도착했다. 


여수 입구: 여수문


여수문이 날 반겼다. 


오랜만이다 여수야.


여수 여행 1일 차: 지금은 맞고 그땐 틀린 여수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건 당 충전이었다. 장거리 운전과 앞으로의 원활한 여행을 위해서는 에너지는 필수다. 거기다 다음 일정이 해수욕장을 가는 것이니, 이 또한 당 충전 필수인 이유다. 웅천 친수공원 맞은편에 있는 널찍한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곤 우리가 달려간 곳은 '발콘 드 예울(Balcon de YEUL)'이었다. 지금 와서 찾아보니, 발콘 드 예울은 '예울의 발코니'라는 뜻이라고 한다. 예울을 대표할만한 경치를 가진 카페였다. 


우리의 당과 카페인을 충전시킨 음료와 케이크


예울이라는 이름이 예뻐 그 기원이 궁금해졌다. 예울? 모든 걸 알고 계시는 구글 신에게 여쭤보니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예울마루'라는 GS 칼텍스에서 만든 문화예술공간에 그 뜻이 나와 있는데, 예울은 '문화 예술의 너울이 가득 넘치는 곳' 정도겠다.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섬들은 보며, 바람을 맞으니 절로 예술이 되겠다 싶었다. 


여자 친구는 예술 감상(?)에 젖은 나를 뒤로 하곤 키오스크에 가서 음료와 케이크를 주문했다. 한 시간 정도 기력을 회복하곤 웅천 해수욕장으로 갔다. 



지금은 맞고 그땐 틀린 여수가 될까?


3일간의 여수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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