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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Sep 11. 2022

혼자 집에 가는 아이

각자의 성장 주기.

혼자 집에 가는 아이


화창한 날씨는 기분을 설레게 한다. 창 넘어로만 날씨를 즐기기에는 아쉬웠다. 마침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어머니는 세탁소에 가셔야 했고, 동생은 생크림을 사야 했으며, 희망이(견생 2년 차 몰티즈)는 산책을 가야 했다. 나가야 할 명분도, 실리도 있으니 이제는 나가야 했다. 차로 5분 정도 가면 아파트 단지가 있다. 그곳은 강변을 끼고 조용히 걸을 수 있는 산책 스폿이다.


화창한 날씨

우선 희망이의 산책 욕구를 들어주며, 어머니와 함께 느긋한 박자로, 때론 희망이 와 빠른 박자로 걸어갔다. 손목의 스마트워치가 걷기 시작한 지 30분을 알린다. 이제는 어머니는 세탁소로, 동생은 마트로, 나는 희망 이를 안고 있었다. 그렇게 각자의 볼일을 하고는 다시 모여 차로 향해다.


차로 가던 중, 옆으로 노란색 버스가 지나간다. '****유치원'. 아이들이 하원하는 시간인가 보다. 버스의 종착지로 보이는 곳에 보호자들이 아이를 기다리고 계신다. 선생님이 먼저 내리며 보호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뒤따라 아이들이 내린다. 질서 있게 내린 아이들은 무질서하게 산개해 각자의 부모님을 찾아간다.


그중에 눈에 띄는 아이가 있다. 힘찬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아이. 분홍색으로 색깔을 맞춘 가방과 신발 가방을 든 아이다. 우선 선생님을 향해 배꼽인사를 한다.


"안녕히 계세요."


바로 친구의 부모님에게도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모두들 반갑게 인사를 받는다. 그 아이 산개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간다. 당당히 고개를 들고. 큰 소리 인사와 당당한 태도에 내 눈은 그 아이를 쫓게 했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거침없이 가는 발걸음에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각자의 성장 주기


집으로 가는 길, 차는 약간 뜨겁다. 열어놓은 차 창으로 시원한 바람이 쉬지 않고 들어와 뜨거운 기운을 몰아낸다. 그 짧은 시간에 당당히 고개를 들고 인사하며 혼자 가는 아이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부모님이 모두 직장에서 일하느라 바쁘신가 보다'로 시작된 이야기는 '빨리 철든 아이'에 도달했다. 혼자 가는 것이 습관이 된 철든 아이.


앞 좌석에서 운전하던 동생이 말한다.


"그 아이 옛날에 우리 같다 그렇지?"




모두들 각자의 성장 주기가 있을 터다. 그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조금 앞질러 성장하고 있었다. 그 나이에만 부릴 투정도 부리지 않는다. 아마 바쁜 어른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잊고 있었지만, 우리 남매도 그랬나 보다. 동질감에 눈이 그 친구를 계속 쫓았나 보다.


다 큰 내가 어렸던 나의 부모님과 그 아이의 부모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 저흰 저희만의 주기에 따라 성장하고 있었어요. 우리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시잖아요. 그것도 알아요. 보지 못한 곳에서 우린 생각보다 더 당당히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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