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삐-삐-삐딕>
실패를 결정하는 건 타인이 아니다.
선택에 대한 실패가 두렵다. 난 쉽게 주류에 올라탄다. 많은 사람이 채택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주류에 편승해 간 길이 실패라 해도 혼자가 아니니 괜찮다는 생각에 도달한다. 숱한 사람들이 간 길을 별 생각 없이 따라간다.
호적을 공유하는 동생인 남이 작가는 다르다. 비주류로 당당히 걸어간다. 아니, 자신이 가는 길이 주류이든 비주류인 든 신경도 안 쓴다. 독립영화, 독립출판에 주저함이 없다. 실패가 없냐? 아니다. 반면, 자기에게 딱 맞는 취향을 만날 때는 참 신나 보인다.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찾아가는 길이고, 타인에게 맡기고 싶지도 않다는 믿음이 있는 모양이다.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모삐-삐-삐딕>을 보고 온 남이 작가가 몇 마디를 나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까운 거리에서 느끼는 <모삐-삐-삐딕>은 에너지가 넘쳐흘러넘쳤다. 눈빛, 말, 노래가 섞이더니 메시지를 마음에 아로새겼다. 미디어 아트로 공간을 속속 사용했다. 다 보고 나니, 질문은 던졌다. 오래도록 찾아야할 답을 남겼다."
마음에 새긴 질문은?
"꿈을 좇는 자를 막는 현실. 그럼에도 끝끝내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한 태도."
누구나, 언젠가 한 번쯤 만나게 될 질문이 아닐까? 꿈이 있는 사람들은 갈등한다. 먹고사니즘이 꿈으로 가는 길을 막는다. 이제 그만두고 당장 실패를 스스로 결정하라고 종용하는 목소리가 있다. 현실이라는 견고한 논리를 들이밀며 꿈을 이제 그만 좇으라고 한다. 그럼에도 꿈을 따라가면, 난 모비딕을 잡으려는 선장이 된다. 신념인지 아집인지 구분이 안 된다.
꿈이 현실에 닿아 잘 먹고 잘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는 것일까? 인생을 걸고 한 실험이 모두에게 관심이 없다고 해서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결국 의미 없다고 한다면 별로인 걸까? 아니다. 물론 그건 자신만이 알 테지만, 충분히 노력했다면 그걸로 된 건 아닐까? 결정적으로 노력은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꿈을 좇는 사람도 현실의 어려움을 모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를 외치며 견딘다. 버릴 수 있는 것을 두며 간다. 끝끝내 꿈보다 소중한 것을 만나게 된다면 멈춘다. 아쉽지만. 누군가는 더 간다. 열린 결말처럼 그 끝은 아무도 모른다.
남이 작가와 긴 대화를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실패를 결정하는 건 타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전이 주는 맛은 여기에 있다. 지금 현재도 고민케 하고,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질문을 남기게 된다. 다른 분들은 모삐-삐-삐딕을 보고 어떤 감정을 어떤 질문을 남기게 될까? 보신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 진다. 고전을 다시 읽어본다.
*본 글은 <모삐-삐-삐-딕> 측에서 티켓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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