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간다면?
젊고 태산 같았던 어머니, 아버지를 뵙고 싶습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가끔 재미 삼아 듣게 되는 질문이다. 답은 비슷했다.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의 노련함을 가지고 간다는 단서를 붙인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경험치가 있다고 해서, 잘할 자신도 없고, 고된 순간을 다시 지낸다 건 끔찍하다. 몰랐으니 하지, 알고 난 지금 할 수 없다.
더 큰 이유가 있는데, 바로 변화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갔다고 생각해 보자. 내가 다르게 한 선택들이 모인다. 삶의 방향은 조금씩 틀어진다.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 작지만 내가 이뤄낸 것들을 잃을 수 있다. 웹툰에서 자주 보이는 회귀물처럼 정보와 지식으로 지금 가진 것들을 아득히 넘는 성취를 이룰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가진 행복과 귀한 이들과 바꾸는 일에는 주저하게 된다.
신념까지는 아니라도,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질문에 즉각 답할 수 있었다. 변하지 않는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말처럼 최근에 생각이 바꿨다. 계기는 응답하라 1988 마지막 회다. 옛날을 기억하며 다 커버린 어른이 된 이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유를 말한다.
'젊고 태산 같았던 부모님을 보고 싶다.'
30년 전. 부모님을 상상해 본다.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하다. 의지할 곳 없는 두 분이 서계신다. 어머니는 아이 하나를 끌어안고 아는 이 없는 곳에서 일을 하셨을 테다.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이도, 부모님도 볼 수 없는 곳에서 아이는 무작정 울어 댄다. 아버지는 학력도, 배경도, 돈도 없는 상황에서 일을 한다. 무시와 멸시에도 일을 해야만 한다. 가족이 그의 두 어깨에 매달려있다.
아이언맨이고, 캡틴 마블인 그들은 어린 자식을 태산같이 지켰다. 자신 입에 들어가는 건 머뭇 거려도, 아이 입에 들어가는 건 주저 없다. 아이가 아프면 바람같이 병원으로 날아간다. 공부를 한다는 생각이 비치면, 자신의 살이라도 깎아내어 팔아 책을 사다 날랐다. 모진 바람이 들이닥치는 일을 막고, 불 같이 내리쬐는 햇빛을 가려가며 아이를 살게 했다. 주기만 아이에게 도리어 "네가 나를 살렸다"며 고맙다고 까지 한다.
태산도 세월 앞에는 장사가 아니다. 시간은 그들을 깎아냈다. 팽팽하던 얼굴에는 어지러운 주름들을 세공했고, 탄탄했던 팔다리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약해졌다. 30년 동안 비와 바람이 그들을 조금씩 그리고 착실하게 무너지게 했다.
커 보이던 아버지의 어깨는 많이 작아지셨고, 튼튼하던 어머니의 다리는 많이 야위셨다. 자주 우리에게 의지하시고, 가끔 힘 없이 계시는 모습에 내 마음은 뭉그러지고 만다. 과거로 간다면, 아니 한 번이라도 과거로 갈 수 있다면, 하고픈 일이 생겼다.
후회하던 실수를 바로 잡는 일도, 정보로 기회를 만드는 일도 아니다. 그때, 젊고 태산 같았던 부모님을 보고 싶다. 욕심을 부린다면, 아들이라고 충격을 받지 않길 바라기에 스치는 인연인 양 만나고 싶다. 그분들과 앉아 밥을 먹으면 좋고, 차라도 한 잔 함께 나누면 좋겠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모든 힘을 다해 자식을 지켜내는 부모님에게 응원을 숨겨 남기고 싶다.
"요즘 어떠신가요? 가족 말고, 당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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