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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27. 2023

집을 짓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래서 작가(作家)입니다.

제 집을 짓고 있습니다.


건축가를 동경한다. 시작은 유현준 선생님이다. 공간에는 이유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평범해 보이던 공간을 읽어 내려가며 의도를 알게 되니 참 신기하다. 유현준 선생님의 책과 유튜브를 보며 공간을 읽는 힘이 생겼다. 멋진 공간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자라닌다. 건축가들은 문제를 풀어내는 사람이다. 건축가 의도, 제한된 자본, 의뢰자 목표, 주어진 법에 맞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내는 일이다. 같은 답은 없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한결 같이 자신의 멋을 뽐내는 사실.


건축가가 멋진 이유가 또 있다. 건축가 머리에 있는 세계관을 직접 걸어 다닐 수 있는 것. 이제는 공간을 쉬이 지나치치 못한다. 자세히 보게 된다. 건축가가 의도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놓칠까 해서. 어떤 건축물은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 건축가가 의도한 의미와는 다르게 해석되어 세상에 나가기도 한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건축가와 닿는 단어가 있다.


바로 작가. 작가를 중국 글자로 나눠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작가(作家)

작(作)

1. 짓다, 만들다, 2. 창작하다, 3. 일하다, 노동하다, 4. 행동하다, 5. 부리다. ~하게 하다.

가(家)

1. 집, 2. 자기 집, 3. 가족, 4. 집안, 5. 문벌.


자기 집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작가다. 매일 글을 쓰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모여있는 이곳에서 나는 집을 짓고 있다. 글쓰기는 글 설계부터, 짓는 일까지 이어진다. 아! 작가는 건축가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짓는 건설인까지 포함된다. 생각을 설계하고, 세계관을 지어낸다. 


나는 세계관을 짓는 작가다. 글로 설계하고, 글로 집을 짓는 작가!


그래서 작가(作家)입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하나씩 따져보기 시작했다.



1. 어떤 글을 쓸지 설계한다.


글감을 얻어 설계한다. 우연하게 만난 글감을 보고 어떤 사실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 조각을 받았는지 가만히 들여다본다. 보다 보면 이야기 흐름이 떠오른다. 건축가가 자신의 의도를 나타내는 설계를 하는 단계와 무척 흡사하다. 


2. 재료를 고르고 짓는다.


단어를 찍어 벽돌을 만들기도 하고, 대리석을 깎아 단어 고르기도 한다. 벽돌과 돌이 모여 문장이 되고, 문단이 되면 벽이 되고 지붕이 된다. 제목이라는 간판을 설치하고, 부제라는 문을 단다. 집처럼 보이는 글이 준비된다. 아직 고쳐야 할 부분도 많지만, 집 꼴을 갖춘 초안이 만들어졌다.


3. 인테리어 아웃테리어 하기


집이 얼추 그럴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거칠기 이를 때 없다. 이제는 벽지를 바르고 정판을 깐다. 때때로 페인트 칠로 마감을 한다. 퇴고다. 하나하나 고쳐 나간다. 오탈자를 없애고 불편한 문장을 바로 잡는다. 다음은 아웃테리어. 매체마다 다르지만 난 브런치 스토리에 읽기 편하게 한다. 문단을 나누고 진하기와 색을 넣어 읽기 편하게 한다. 마지막 아웃테리어는 한 줄 요약으로 끝낸다.


4. 이제는 공개


많은 분들이 오셔서 보길 바라며 창문도 문도 활짝 열어 둔다. 자신에 생각을 남겨두시고,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된다. 내 생각이 활자로 만들어진 집으로 탄생되고, 집을 오가는 분들이 생겨난다. 이제는 어엿한 집으로 내 세계관 한 부분을 차지한다.

 



집을 꾸준히 지었다. 집이 모여 있으니 마을처럼 보인다. 아직은 작은 마을. 땅은 무한히 넓다. 누군가 다투며 땅을 확보할 필요도 없다. 오늘도 설계하고 집을 짓는다. 내 세계는 커진다. 옆에 책 친구들에게만 보여주고 있는 초단편 소설로 성을 만들고 있다. 그 옆에는 설계만 해둔 단편 소설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온라인은 무한하다. 엄청나게 넓은 땅이 나에게 놓여있다. 오늘도 떠오른 생각으로 글을 설계하고, 단어를 조각한다. 대학원을 위한 글도 짓고, 환경에 대한 글로 만들어 놓았다. 시장에서 만난 우연한 이야기를 보고 간판인 제목부터 만들어 기록하기도 한다. 작가는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일은 하는 사람이다.


언제까지 만들까? 그리고 내 세계관은 어디까지 넓어질까? 그저 만들고 있고, 아직도 확장 중이며, 여전히 인테리어를 만들고 있다. 많은 분들이 내가 만들어 둔 집을 방문하시고 글을 남기고 가신다. 그 이야기는 다시 내 집을 짓는 재료가 된다. 마을은 커지고 단단해지며 나만의 색을 뚜렷해진다.


나는 오늘도 집을 짓는다. 글을 쓰며. 다른 분들의 세계관이 모여있는 글을 보러 가야겠다.



한 줄 요약: 작가는 집을 짓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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