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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26. 2023

마음 격벽 안녕하신가요?

마음 안정을 위해서 격벽이 꼭 필요합니다. 

마음 격벽 안녕하신가요?


커다란 배가 거친 바다를 떠다니는 일은 무척 신기하다. 물론 부력과 밀도라는 이유를 알지만, 커다란 배를 마주할 때마다 신기하다*. 또, 배와 우리 삶에 비슷한 점을 볼 때마다 놀랍다. 삶이 바다를 떠다니는 항로에 비교되고, 고약한 파도에 흔들리는 배는 환경에 영향을 받아 흔들리는 사람 같기도 해서다. <묘박지를 아시나요?>*라는 글을 쓰고는 배와 바다 관련 용어에 부쩍 관심이 갔다. 

*묘박지: 배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해안지역


이번에 내 눈이 걸어가는 길을 멈추게 한 단어는 격벽이다. 격벽은 배 내부를 나누고 있는 벽을 말한다. 배는 언제나 침수를 대비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물이 배로 들어와 가라앉힐 수 있다는 위험에 대비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격벽이다. 물이 들어오더라도, 더 이상 다른 방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격벽이다.


격벽은 화재를 대비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불이 퍼져 나가지 못하게 문을 닫아 버리면, 손상된 부분이 제한되어, 배 전체를 살릴 수 있는 길이 된다. 배에 격벽은 곧 배에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 된다. 격벽은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을 하기도 한다. 배 앞에 있는 격벽은 주차를 하거나, 다른 배와 부딪칠 때 충격을 받아내는 역할을 한다. 배 뒤쪽에 있는 격벽은 화물, 엔진, 선원이 지내는 시설, 해양장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선박 격벽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내 마음에 격벽의 안부를 묻고 싶다. 


"마음 격벽 안녕하신가요?"


마음 안정을 위해서 격벽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는 오늘도 부두에서 출항해 바다로 나간다.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 바로 바다이고, 우리 삶이다. 어떤 날은 고요한 바다를 해치고 쭉 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날을 높은 파도, 험한 바람이 불어 닥치기도 한다. 또, 평온한 날씨에 마음 놓고 가다가 보이지 않던 암초를 만나 배에 물이 들어오는 날도 있다. 또, 마음에 불이 나듯 배 한쪽에 불이 날 수도 있다. 


암초가 마음을 깬다. 벌어진 틈으로 물이 들어와 마음을 무겁게 하니, 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충격으로 배 한쪽에 불이 붙고 다른 방으로 퍼져 나가기도 한다. 마음 전체가 좌초되어 바다 아래로 가라앉기도 하고, 배 한쪽에서 붙은 불이 배 전체로 옮겨 붙어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 격벽이다. 나에게 일어난 일은 이미 벌어진 일이다. 마음 한쪽을 부셨고, 불은 났다. 왜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선은 물을 막아 마음 전체로 퍼져나가는 일을 멈추고, 불이 배 전체로 퍼져 나가는 일을 중단시키는 일이 먼저다.


마음 격벽으로 물도 불도 퍼져 나가지 못하게 차단해야 한다. 벌어진 일을 한발 떨어져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마음 격벽을 작동시키는 일이리라. 쉽지 않다. 하지 않으면 배가 침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배는 계속 가야 하고, 우리 항해는 멈출 수 없다. 일어난 일은 일어났고, 내가 해야 할 일은 있음을 잊지 말자. 마음 격벽이 잘 있는지 확인하자.


마음 안정을 위해서 우리 스스로에게 묻고 확인하자.


"마음 격벽 안녕하신가요?"



한 줄 요약: 우리 항해는 멈출 수 없습니다. 마음 격벽을 확인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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