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는 차에서 내리시곤 손짓으로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나무 사이를 지나다니셨다. 나도 내 나름 대로의 길을 따라 이리저리 살폈다. 눈에 들어온 건 바닥에 적혀있는 숫자였다.
1983.7.18 준공
38년 전에 준공이 난 그곳은 원래 흙바닥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가리킨 곳이 그네가 있다고 하셨다.
그곳은 아버지로 가득했다.
그 곳에서 미소는 아버지 얼굴에 머물고 있었다. 당나무에 감긴 추억을 하나씩 풀어내셨다. 즐겁게. 이야기를 듣는 내내 아버지의 즐거움이 내게로 전이됐다. 지금은 그곳에 그네를 걸 수 없지만,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통해 과거로 한번 떠났다.
오래된 나무, 오래된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버지의 이야기가 씌워져 재미있는 장소로 변했다. 추억 답사기의 인도자인 아버지는 즐거웠고 듣는 나는 흥미진진했다. 추억의 힘이 무척 강했다. 아버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가족과 소통한다는 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시작되는 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