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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10. 2023

지루한 삶을 편집하는 방법은?

영상을 편집하는 글쓰기.

지루한 삶을 편집하는 방법은?


우리의 삶은 동영상이다. 끊어짐이 없는 영상. 그래서 지루하다. 늘 같은 모습, 늘 인물들이 등장한다. 따분한 영상이다. 영화에서는 사건이 벌어지고,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나와 삶을 흔든다. 멋진 주인공이 나타나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특별한 능력으로 인류를 구하기도 한다. 또,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사랑을 위해 비장해지기도 한다. 재미있는 영상은 오직, 넷플릭.... 아니 영상이다. 


영화 주인공도 밥을 먹을 테고, 화장실을 가며, 잠을 잘 테다. 편집 없이 그들의 삶을 보는 일도 지루하지 않을까? 그들의 삶이 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일은 특별한 삶이 아니라, 특별한 순간을 편집해 두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고 인류를 구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는 일을 지는 것도 온갖 고난이 나에게 오는 것을 바라는 건 아니다. 무료함의 연속일 수 있는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 편집되지 않은 우리의 삶은 행인 27번, 드라마에서 카페에 있는 사람 48번 정도이다. 하지만, 잘 편집해두면, 스펙터클한 영화는 아닐지라도, 아름답고 따뜻한 드라마는 되지 않을까?


돌아가는 길에 맛있는 치킨을 사가지고 가는 가장. 아픈 부모님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다른 아르바이트로 가는 청년. 은퇴한 뒤 자신이 평생 하고 싶던 영화에 출현한 어르신. 편집을 하고 나면, 시간 사이사이에는 무척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테다.


지루해 보이던 일상을 나름대로 편집하면 훌륭한 장면이 만들어지리라. 그럼 동영상의 삶을 어떻게 편집할 수 있을까?


영상을 편집하는 글쓰기.


우리 삶은 영상이지만, 기억이라는 순간으로 남는다. 순간에는 감정과 향, 또는 강력한 색이 함께한다. 하지만,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 어떤 순간은 삶 전체를 관통하며 남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기억은 흩어지기 일쑤다. 새로운 기억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만들어진 기억은 다른 기억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삶이라는 영상을 순간 기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떠오르는 것은 사진이다. 사진은 순간을 기록하고, 영상을 멈추는 역할을 한다. 나도 참 많은 사진을 찍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전 기록을 하고, 즐거운 순간을 남기기도 한다. 왜곡이 많다. 그 순간 느꼈던 마음을 다른 생각으로 남기도 하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그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기는 어렵다. 예전에 찍은 사진을 보고 어리둥절한 경우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이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순간을 머리에 넣고 돌돌 굴리는 일이다. 생각과 감정을 기록해 넣는다. 퇴고를 해서 반짝이게 닦는다. 생각은 정리되고, 보지 못한 부분을 보고 새로운 생각을 얻어오기도 한다. 글쓰기는 일상을 편집해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만드는 일이 된다. 


일상이 지루하고, 따분한 영상이다. 하지만, 순간을 잘 편집해 두면 잔잔하지만 깨달음이 가득한 순간이 된다. 오늘도 내 편집기는 가동된다. 순간을 멋진 날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한 줄 요약: 영상이라는 삶을 편집하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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