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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09. 2022

부모님은 왜 주말드라마를 볼까?

새로운 드라마의 시작.

새로운 드라마 시작.

주말 오후 8시면 드라마가 시작된다. 최근에 종영한 <현재는 아름다워> 후속작 <삼 남매가 용감하게>다. 저녁을 먹고 내 방으로 가려다, 서서 드라마를 본다. 중간에 끼어들어 보니 내용이 이해되지 않았다. 부모님에게 여쭤봤다.


아버지는 목을 가다듬으시곤 설명을 시작하신다. 여자 주인공은 늘 양보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겠다고 분연히 일어났다고. 등장인물의 이름보다는 배우의 이름이 연이어 나온다.


"송승환이 아버지인 데, 진짜 아버지는 아니고 데리고 왔어. 아 저 사람은 칼국수 집에서 만나 재혼한 거지. 데리고 온 딸이야. 직업은 의사. 쟤는 어릴 때 사귀었던 전 남자 친구.."


아버지가 이야기를 이끄시고, 어머니는 보충하신다. 10분 정도를 듣고 나니 드라마 2회 분량 요약되었다. "아버지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거예요?", "엄마, 저 사람 갑자기 왜 저래?"


내 질문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즉각 답해주신다. 앞으로의 예측까지 붙여서. 소파에 앉았다. 드라마 하나 두고 우리 셋은 질문과 대답을 계속 이어갔다. 어머니와 아버지 논쟁도 시작된다.


(좌) <현재는 아름다워>, (우) <삼 남매가 용감하게> (출처: KBS)


부모님은 왜 주말드라마를 볼까?


주말 드라마 하나 두고 우리는 1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가게에서 퇴근한 동생도 드라마를 함께 본다. 내가 했던 비슷한 질문에 부모님은 마치 처음처럼 답해주신다.


드라마는 매개체다. 가벼운 이야기인(때때로 무겁기도 하지만) 드라마가 가족 대화를 시작하는 소재가 된다. 주말 드라마를 보시는 건  아마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드라마를 보시면, 이제 옆에 앉아야겠다. 이야기하자는 신호일 테니.


"아버지, 엄마 저 사람은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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