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향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Oct 10. 2022

자신일에 진심인 사람들

빈틈이 없다.

빈틈이 없다.


기획자는 아버지. 오늘은 가까운 사찰에 가자고 하신다. 도착지는 용덕사다. 용덕사는 산꼭대기에 있는 절이다. 올라가기가 무척 힘들다. 무릎이 아프신 어머니와 허리가 불편하신 아버지는 충분히 갈 수 있다며, 장담하셨다.



용덕사 언덕


차도 힘겨워한다. 겨우 올라가 주차를 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가파른 길을 오분 정도 올라가니, 그제야 사찰이 보인다. 그렇게 올라간 법당에서 내려다본 광경에 가슴이 펑 뚫렸다. 여기가 끝인가 했지만, 아니었다. 다행히도 어머니와 아버지는 더 올라가겠다는 뜻을 거두시곤, 조금만 있다가 내려가자고 하신다.


용덕사에서 내려다 본 광경, 올라갈 계단


평소에 보던 사찰과 다른 점이 보였는데, 바로 벽이었다. 벽에 있는 돌들은 아귀가 딱딱 맞았다. 자연의 돌 모양을 최대한 살리며 퍼즐처럼 맞춘 벽이다. 빈틈이 없어 보인다. 직선으로 만든 벽도 놀라웠지만, 곡선으로 흐르는 벽은 대단하다는 소리가 연신 나온다.


용덕사 벽


어머니께서 의식을 치르시는 동안, 아버지와 나는 그 벽을 따라 걸으며 자세히 봤다.


"진짜 돌 장인이 만든 벽이다"라며 감탄하시는 아버지는 손으로 만지시며 보셨다.

"틈이 없고, 딱딱 맞는 거 봐라. 우둘투둘한 것 보이지? 이게 기계사용을 최소한으로 했다는 증거야. 작품이다 작품!"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꼼꼼히 만든 벽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의식을 치르시고 내려오신 어머니는 벽을 보시곤 한마디 하셨다.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은 다 보인단다."


자신일에 진심인 사람들


내려가던 길에 '난 진심이었던 때가 있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은 숨기려 해도 티가 난다. 자신 일에 진심인 사람들은 누군가 알아 달라고 하지도 않는 듯, 일 자체에만 집중한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이마트를 들렸다. 아. 거기서도 만났다. 자신일에 진심인 사람을. 자신일에 진심인 사람을 만나면 여쭤보고 싶은 게 있다.


"무엇이 자신 일에 진심으로 만들었나요?"


답을 듣게 된다면, 나도 내 일에 진심이고 싶다.


자신일에 진심인 사람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님은 왜 주말드라마를 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