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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11. 2022

만약 강아지가 한 마디만 할 줄 안다면?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자.

만약 강아지가 한 마디만 할 줄 안다면?

유튜브를 본다. 가끔 먹방도 보게 된다. 자주 보는 먹방 유튜버는 춘삼이라는 강아지와 지낸다. 춘삼이는 나이가 많다. 그래도 정정하시다. 이른바 소통 방송에서 질문이 하나 날아왔다.


 "춘삼이에게 듣고 싶은 말은?"


그녀는 질문을 바꾼다. "만약에 강아지가 한 마디만 할 수 있다면?"


"아파"


아. '희망이'가 아픈 게 생각났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자.


여름이었다. 더워지기 전 이른 아침에 산책을 다녀왔다. 루틴 시작. 하네스를 풀어주고, 발을 닦는다. 배변 봉투를 비운다. 루틴 끝. 나는 손을 씻고 책상에 앉아할 일을 시작한다. '희망이'는 내가 뭐하나 궁금했는지 방으로 총총거리며 온다.  


"희망이 왜 왔어~ 형 보고 싶어서 왔어?"


나를 빤히 본다. 토하기 시작한다. 노란색 덩어리가 나왔다. 놀란 나는 어머니를 찾았다. 구석으로 들어가 한번 더 토한다. 그리고 힘들었는지 옆으로 눕는다. "희망아 왜 그래?" 숨만 헐떡이고 반응하지 않는다. 큰일이다. '희망이'를 안고 문을 나서는데, 갈색 덩어리가 떨어진다.


놀랐다. 평소에 가던 동물병원에 가니 문을 닫았다. 급하게 찾은 24시간 동물병원. 놀란 어머니와 나는 뛰어 들어갔다. 몇 가지 검사를 해야 한다며 쳐진 희망 이를 데리고 들어간다. 얼마 후 의사 선생님이 나오신다. 진드기가 붙었다고 한다. 두 시간 후에 피검사를 해보자고 하신다.


어머니는 집에 흩어진 대변을 치우고 오라고 하셨다. 정신이 없었다. 두 시간 후 결과가 나왔다. 진드기를 제거하곤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그래도 하루 입원은 하셔야 한다고. 지금 보면 희망이가 불안하다며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오라고 한다.


다시 찾은 동물병원. 계단을 올라가니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온 걸 아는 걸까? 맹렬하게 짖는다. 다시 만난 '희망이'는 건강해 보였다.


버둥거리는 '희망이'를 꼭 안았다.


'희망이'가 한 마디만 할 줄 알면 좋겠다.


"형 나 아파."




그날의 기억이 선명한 나와 다르게 순진무구한 '희망이'는 오늘도 내 옆으로 온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심각해진 후에야 알게 된다. '희망이'고 그렇고 우리도 그렇다. 아무리 가깝게 있다고 하더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혹시, 어머니도, 아버지도, 동생도, 여자 친구도, 내 친한 친구도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말을 하는 우리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가까운 이들에게 안부 전화라도 해야겠다. 실없는 소리로 시작해서 마음이 아픈 건 아닌지 물어봐야겠다. 누가 알까. 그들 중 하나가 한 마디 할지 모른다.


"나 아파"


(좌) 희망이 입원 모습, (중) 탈출을 시도하는 희망이, (우) 들어오는 나를 지켜보는 희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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