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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14. 2022

이천 백송과 반룡송을 아시나요?

아버지가 보낸 신호.

아버지가 보낸 신호.


아버지께서 부쩍 '이천 백송' 이야기가 잦으시다. 주말에 어머니와 동생은 약속으로 나가니, 집에는 아버지와 나뿐이었다. 아버지께서 은근히 말씀하셨다.


"오늘 점심은 나가서 먹자. 맛있는 곳 찾아봐라."


나는 휴대전화를 뒤적거리다, 모범음식점이라는 인증받은 믿을만한(?) 식당을 찾아 아버지에게 보여드렸다. 두부 오케이를 외치시곤, 우린 모범음식점으로 향했다.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아버지는 휴대전화로 보고 계셨다. 고개를 들어 휴대전화로 내게 보여주셨다.


"이게 이천 백송이라는 나무야. 이백 년이 넘었지. 어떤 분의 묘 옆에 심겨 있는 나무야."라며 설명을 하신다. 나는 그렇구나.라고 검색을 해봤더니, 오래된 나무긴 했다. 음식이 나왔다. 감흥 없이 휴대전화를 내려놨다.


식사가 끝나고 아버지는 먼저 나가셨다. 커피믹스 한잔과 담배를 피우시며 앉아계셨다. 휴대전화를 유심히 보고 계셨다. 나에게 보여주시며, "이천 백송이 있는 자리가 좋은 터야"라며 설명을 이어가셨다.


이때 알았다. 가고 싶으신 거구나. "내일 가지죠. 어머니에게도 여쭤볼게요. 안된다면 둘이 가면 되지요. 가는 김에 맛있는 것도 먹고, 주위도 둘러보고 오죠." 어머니는 된다고 하시고, 동생은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의 짧은 여행이 기획되었다.


이천 백송과 반룡송을 아시나요?


하필 비가 온다. 그래도 갔다. 비는 잦아들다가 거세지길 반복했다. 다행히도 이천에 가까워질수록 약해져 갔다.


비가오던 날 차 안.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이천 백송이었다. 비가 온 날은, 오히려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물을 머금은 백송은 당당히 그 자리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나무 모양은 우산을 펼쳐놓은 형태로 대각선으로 뻗은 몸통에 굽어진 나뭇가지가 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주위를 돌며 사진도 찍으셨다. "좋다"라는 말과 함께.



이천 신대리 백송


다음 목적지는 '반룡송'이었다. 이천 백송은 알고 계셨지만, 반룡송은 생소하신 아버지는 크게 기대는 없으셨나 보다. 가는 길도 큰 도로에서 밭을 지나는 길이라 어수선했다. 아버지의 의심을 한층 깊어졌다. 도착한 반룡송 앞에 우린 잠시 멈칫했다.


이천 백송이 주는 기운과 다른 모습 때문이었다. 반룡송은 옆으로 자라 있었고, 이름처럼 용이 이리저리 몸을 비튼 듯했다. 거기다 알림판에는 신성함을 더하려는 지 안내판에는 신라 말 도선 대사 이름도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번에도 사진 찍기에 바쁘셨다.



이천 반룡송


한참을 보시던, 아버지는 "좋네"라는 말과 함께 밥 먹으러 가자고 하신다. 두 그루의 나무를 보고 오는 길이 좋았다.




부모는 자식에게 부탁하기 어려우셨나 보다. 가족과 가고 싶다고 말씀하지 않으시고, 좋은 곳이 있다고 말씀만 하신다. 이번에는 겨우 알아들어 가게 된 짧은 여행에서 본 두 그루 나무는 부모님 같았다. 한 자리에서 변함없이 있으시며,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님.


긴 세월을 견뎌내며 자신만의 모양을 만들어낸 나무. 긴 세월을 견뎌내며 자신만의 모양을 만들어낸 부모님. 소나무 껍질처럼 우둘투둘한 부모님의 손을 한번 잡으며 말씀드려야겠다.


"아버지 어때요? 어머니 괜찮죠? 우리 또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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