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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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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21. 2022

영업시간에 대하여.

영업시간이 보여주는 의지.

젊은 부부의 추어탕 집


동생은 카페와 독립서점을 운영한다. 얼마 전 쌈밥집이 문을 닫고 추어탕집이 들어왔다. 새로운 가게는 부산스럽다. 영업시간이 바뀌기도, 광고를 위한 현수막이 걸린다. 지금은 부산스러움이 잦아들었다. 아침마다 추어탕집 젊은 부부는 활기차다. 


퇴근하는 동생은 호들갑을 떨며 내게 말했다.


"추어탕 집 영업시간 봤어?"


"아니. 왜?"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거기다 연중무휴!"


듣자마자 나는 탄식했다. 두 개의 마음이 교차했다. 영업시간을 견딜 부부에 대한 안타까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응원하는 마음.


영업시간이 보여주는 의지


영업시간이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라면, 하루 14시간을 가게에서 보낸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침 8시에 연다고 사장도 8시에 나오는 건 아니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은 미리 나와 준비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럼 앞뒤로 30분씩 한 시간이다. 그럼 하루에 15시간을 가게에서 보낸다는 말이 된다.


하루의 62.5%를 보내는 가게. 자는 시간을 빼보자. 6시간을 잔다고 하면, 자신에게 남는 시간은 3시간, 하루의 12.5%만이 자신을 위한 시간이 된다. 그 시간마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은 아닐 테다. 긴 영업시간을 오랜 기간 견딜 부부가 자칫 몸과 마음이 피폐해 질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영업시간으로 보이고 있다.


지금도 큰 현수막이 펄럭인다. "오전 8시~ 오후 10시 연중무휴" 부부의 시작을 응원하고 그들이 잘 되길 기도한다.


오늘은 추어탕집에 가야겠다. 한 끼 먹는 것으로 그들의 의지를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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