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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20. 2022

닭 목 드시는 어머니

사실을 말해 주세요.

닭 목 드시는 어머니


주말 점심. 어머니는 점심을 나가 먹자고 하신다. 어머니의 노고를 알기에 바로 휴대전화를 들었다.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맛있는 집을 찾아 후보로 선정했다. 그렇게 최종 선택된 건 닭볶음탕이었다. 바로 옷을 챙겨 입고 가족 모두가 나섰다.


이른 점심시간이라 한산한 가게에 들어섰다. 메뉴판을 훑어보곤 닭볶음탕을 주문했다. 가스버너가 나오고 밑반찬이 나온다. 김치, 부침개, 양념게장, 연근조림, 샐러드. 바삭한 부침개를 먹고 있으니 주인공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솥밥까지. 닭볶음탕 국물이 줄어들 때를 기다리며, 가족끼리 이야기를 이어간다.


국물 높이가 낮아지자, 젓가락으로 닭을 한 조각씩 가져간다. 나는 닭가슴살, 아버지는 다리, 동생은 날개, 어머니는 닭 목이다. 우리가 다음 조각을 넘어갈 때까지 어머니는 닭 목을 들고 계신다. 궁금했다.


"어머니 닭 목이 맛있어서 드시는 거예요?"


동생도 궁금했던지 말을 거든다.


"엄마, 이제는 다리를 드셔도 돼요. 우리 때문에 닭 목 드시지 않아도 됩니다! 먹기 불편만 하고 살도 없잖아."


어머니는 찡긋 웃으시며.


"나는 이게 맛있어~."라고 하시며, 닭 목을 마저 끝내신다.


닭볶음탕과 솥밥
사실을 말해주세요.


사실일까? 아버지는 옆에서 많은 형제들 중간에 태어났으니, 팔리지 않는 목만 줬겠지라며 식사를 이어가신다. 목을 다 드신 어머니는 닭 가슴살을 하나 집어 드신다. 


사실을 말해달라는 우리의 성화에 목이 발라먹는 재미가 있어서 맛있다고 하신다. 이제는 정말 그렇겠거니 하며, 각자 식사를 한다. 그래도 의문은 계속 남았다. 정말로 목이 맛있어서 드시는 걸까?


오늘 저녁으로 치킨을 먹자고 하신다. 이번에는 목을 반으로 갈라 내가 한번 먹어봐야겠다. 어머니에게 우선 다리부터 드시라고 해야겠다. 


"어머니, 나도 목 한번 먹어보고 싶어요. 이번에는 다리 먼저 드세요. 다리 맛있어요."


목을 먹고 있어도 어머니 마음은 아직도 모르겠다. 어머니, 사실을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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