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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24. 2022

환경부담금의 비밀

드실 만큼만 적당히.

환경부담금의 비밀


얼마 전, 어머니 생신이었다. 돼지갈비를 무척 좋아하시는 어머니 요청에 따라 고깃집으로 향했다. 거대한 식당은 기계처럼 손님을 맞이했다. 들어서자마자 공장 컨베이어 벨트처럼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앉아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니, 빠르게 밑반찬이 놓인다.


식탁의 사령관인 아버지는 명령을 내리신다. "고기는 내가 구울 테니, 반찬을 가져와라." 나는 일어나 셀프바로 가서 부족한 반찬을 담고 돌아서려는데, 눈에 밟히는 문구가 있다.


"환경부담금"


환경부담금


볼 때마다 '이거 아닐 텐데...'라는 생각이다. 전공자는 현상을 보고 의심하며 눈으로 확인하는 훈련을 받는다. '환경'이라는 말에 전공자인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결심했다. 이번 기회에 알아보자.


우선 법령이 있는지 확인해봤다.


국가법령정보센터라는 사이트가 있다. 한국에 제정된 있는 법률을 볼 수 있는 사이트다. 환경은 법률로 규정하는 일이 많아 자주 가던 사이트다. 환경부담금을 검색해보면, 안 나온다. 가장 비슷하게 보이는 건 "환경개선 부담금"이다.


환경개선 부담금을 목적은 다음과 같다.


이 법은 환경오염의 원인자로 하여금 환경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게 하여 환경개선을 위한 투자재원을 합리적으로 조달함으로써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의 기반이 되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말이 어려우니, 가볍게 만들어 보겠다. "환경오염을 한 사람이 환경 개선하는 데 돈을 내라" 정도겠다. 언뜻 식당에 적힌 환경부담금과 통하는 데가 있다. 그럼 환경개선 부담금 부과 대상과 징수 방법을 읽어 내려가 봤다.


환경개선 부담금 대상은 자동차다. 특히 경유를 사용하는 차를 말한다. 이 법에서는 뷔페나 식당은 해당사항이 없다.


그럼 내 앞에 놓인 환경부담금은 뭐란 말인가?


드실 만큼만 적당히


식당에 있는 환경부담금은 근거 없는 규제다. 사실 지키지 않아도 된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식당 주인이 환경부담금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지 정도가 아닐까 한다.

우선 남고 버려지는 음식이 많아질수록 주인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버려지는 음식이 환경오염이 되는 일이 되기도 하고, 먹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기도 할 테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물론 법이 없으니 나를 강제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선한 의도를 생각해보면, 남기는 음식이 많은 건 올바른 일이라 하기는 어렵다.


한국 폐기물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공학자인 나는 기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완전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 최종 폐기는 매립이나 소각이라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어진다(물론 퇴비화가 있긴 하다). 


가늘게 뜬 눈을 편안하게 떴다. 그리고 셀프바에서 음식을 조금만 담으며 되뇌었다.


'드실 만큼만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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