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마니, 산삼 중개상.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던 할아버지.
60년은 긴 시간이다. 긴 시간을 톺아보다 보면 잊힌 사실이 하나씩 나온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마주 앉아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할아버지가 들린다. 바로 심마니와 산삼 중개상.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한 조각이 환하게 빛난다.
시골 밤은 빛이 하나 없다. 1990년대에도 할아버지 집의 밤은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이다. 산에서는 새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어떤 동물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가끔 들려온다. 거기다 스산하게 바람까지 불어오면, 공포영화가 따로 없다. 거기다 화장실은 집 밖에 있다. 그러한 밤에 화장실을 갈라치면, 정말 무섭다.
기억 속 할아버지는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셨다. 당당히 가신다. 거리낌 없이.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가 할아버지의 직업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1970년 시골 N 잡러 2 (심마니, 산삼 중개상)
<아래 글은 아버지의 일인칭 시점입니다.>
수확을 끝낸 시골은 한산해진다. 물론, 일을 찾으면 끝이 없지만. 아버지는 가을이 되면 집을 잠시 떠나셨다.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돈을 벌러 가신다. 목적지는 지리산 일대나 강원도 산골이셨다. 아버지의 또 다른 직업은 바로 심마니와 산삼 중개상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산삼은 수요과 공급이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가격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험준한 산을 아침, 저녁, 밤을 가리지 않고 다니셨다고 한다. 산삼을 캐시 기도 하고(물론 그 확률은 무척 낮았다고 한다), 심마니를 만나 산삼을 구매를 하셨다고 한다.
어렵게 구한 산삼은 가까운 시내로 가져간다. 산에 사는 이끼를 곱게 뜯어 물을 뿌리고 산삼을 싼다. 가끔 들춰보며 물을 주는 과정을 반복한다. 당시 돈으로 심마니에게 3~4만 원에 구매한 산삼을 중개하면 6~7만 원에 소매상에게 넘기거나, 서울로 판매하는 이들에게 7~8만 원에 판매하신다고 한다(정확한 가격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기억 속 아버지가 들려주시던 금액이 다음과 같았다).
가을이 훌쩍 지나 겨울에 반쯤 걸친 날이 되면 아버지는 돌아오신다. 당당한 발걸음, 쫙 펴진 어깨 무척 늠름하게 오셨다. 아버지가 가져오신 돈이 육성회비가 되고, 보리고개를 넘는 힘이 되기도 하며, 빌린 돈을 갚는 자금이 되기도 했다. 산을 다니셨으니, 아버지는 산이 두렵지 않으셨나 보다. 굶고 있는 가족을 위한 일이기에 어둠이 주는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나 보다.
환갑이 지난 내가 그 뜻을 이제야 알겠다.
<지금부터는 Starry garden 시점입니다.>
어둠을 겁 없이 헤쳐나가는 할아버지의 발걸음은 아마 내 아이, 내 아내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지였다. 지금 아버지도 그런 마음으로 일을 하시는 걸까? 나도 곧 그 마음을 알게 될 테다.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어둠을 두려워하는 나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던 그 모습이.
한 줄 요약: 가족을 위해 못할 일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