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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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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Nov 07. 2022

대구 아쿠아리움에서 뒤바뀐 보호자.

어머니 손 잡으세요.

어머니 손 잡으세요.


어머니는 아쿠아리움을 좋아하신다. 신세계 백화점에 있는 대구 아쿠아리움을 모시고 갔다. 화려함을 뽐내는 열대어부터, 전기를 뿜어낸다는 뱀장어, 뱀 같은 곰치, '니모'라고 불리는 흰동가리가 저마다 자신의 모습을 내보인다.


한참 가다 보니, 행사가 있다는 푯말이 보인다. 촘촘하게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30분 뒤 "바다친구 맘마 쇼"가 있다고 한다. 시계와 지도를 번갈아 봤다. 천천히 가면 행사 시간과 딱 맞을 것 같았다. 어머니에게 귀띔을 하니, 꼭 보러 가자고 하신다. 


대구 아쿠아리움


먼저 가시던 어머니가 멈칫하신다. 원통형의 어항이 줄 서 있고, 벽면이 모두 거울로 되어 있는 방이었다. 어머니는 무섭다며 못 가겠다고 하신다. 어머니께서 손을 잡아 달라고 하신다. 


어머니 손을 꼭 쥐고 들어서니, 어머니는 바닥만을 보신다. 


"어머니 무서우세요? 여기가 출구예요. 이쪽으로 가요."라고 하며 어머니를 모셨다. 


대구 아쿠아리움 원형 수조


뒤바뀐 보호자


먹이를 주는 행사가 이뤄지는 큰 수조에 도착했다. 바닥에 앉아 보고 있으니, 어머니는 손뼉을 치며 수조에서 눈을 떼지 못하신다. 열 명 남짓 다른 이들이 보인다. 어린아이와 부모님 조합으로 다들 앉아 있다.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상어가 오거나 전갱이가 피쉬볼을 만들 때마다 소리를 지른다. 어머니도 함께.


짧은 공연이 끝나고 일어서니 어머니는 내가 한 마디 하신다.


"보호자 덕분에 재미있는 거 보고 간다. 고맙다 아들!"




지난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내 보호자였던 어머니. 주름진 어머니 손을 꼭 잡으니, 세월이 어머니 손을 언제 이렇게 할퀴고 갔나 싶다. 어머니를 보호하며 다니니 마음이 먹먹하다. 거기다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짠하다. 그동안 가고 싶은 곳도 참 많으셨을 텐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는 어머니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든 모시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 다음에는 롯데타워에 있는 아쿠리움 가요. 거기도 좋다고 해요!"



한 줄 요약: 뒤바뀐 보호자. 부모님께 받은 것을 돌려드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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