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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1. 2022
가족을 위한 중화식 황금 달걀 볶음밥
시간을 넣고 마음을 뿌리는 요리.
가족을 위한 중화식 황금달걀 볶음.
브런치에서 푸드에세이를 보곤 한다. 단골 푸드에세이는 늘봄 작가의 <밥 짓는 엄마>라는 매거진이다. 멋진 집밥이 있다. 거기다 따뜻한 가족 이야기가 함께 있으니 보는 내내 허기가 진다. 볼 때마다 어머니에게 이런저런 음식을 해달라고 부탁드린다. 매번 부탁드리는 일이 죄송스러워 언젠가 한번 해야지 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때가 왔다. 어머니가 오늘은 밥을 하지 않겠노라고, 알아서 먹으라 선언하셨다. 내가 나설 때가 된 것이다. 어머니에게 오늘 저녁은 제가 책임지겠노라고 당당히 외친다. 메뉴는 이름도 길고 거창한 "중화식 황금 달걀 볶음밥"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 만화 주인공처럼 기대하지 않음을 깨버리겠노라고 다짐한다. '하루 한 끼' 유튜브를 노려보며 복습했다. 마음만은 백종원이다. 시간은 흘러 저녁 시간이 왔다. 준비는 완벽하다. 굴소스, 버터, 오리 고기, 파, 후추, 달걀 까지.
우선 파를 총총 썰어 기름에 볶는다. 풍미를 높인다는 파 기름. 한편에서는 오리고기를 잘게 썰어 둔다. 달걀과 밥을 함께 비비고 거기에 잘게 자른 오리고기를 넣고 섞는다. 파가 갈색이 될 때까지 튀긴다. 달걀물, 밥 그리고 오리고기가 섞인 반죽(?)을 볶는다. 펜에 눌어붙지 않게 주걱을 이리저리 돌린다.
달걀이 다 익었다 싶으면 버터를 한 숟가락 떠 넣는다. 다시 주걱으로 볶는다. 버터 덩어리가 사라지면 굴소스 한 숟가락을 넣는다. 다시 볶는다. 굴소스가 골고루 밥 전체에 퍼지고 난 다음, 후추를 넣고 볶으면 끝!
요리를 하고 있으니 어머니가 궁금하신 듯 뒤에서 보신다. "어머니 이거 실험이랑 같아요. 제가 실험을 얼마나 했는데요. 기대하세요." 웃으시며, 알겠다고 하고 가신다. 어깨가 으쓱. 빛깔이 유튜브에서 보여준 볶음밥과 비슷하다.
완성된 볶음밥을 접시에 담았다. 식탁으로 가려하니, 어머니가 잠시를 외치고 붙잡으신다. 화룡점정! 검은깨로 마무리가 된다.
완성된 중화 황금달걀 볶음밥볶음밥은 고슬고슬하고 고소했으며 간도 딱 맞았다. 어머니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통과인가 보다. 숨을 한 번 내쉬었다. 다행이다.
두 숟갈 드신 어머니는 "맛있다!"라고 하신다. 미소가 배시시 나오고, 어깨는 한껏 올라간다.
이 맛에 요리를 하나보다.
시간을 넣고, 마음을 뿌리는 요리
요리는 즐겁다. 시간을 넣고, 마음을 뿌려 만든 음식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먹는 과정은 무척 즐겁다. 거기다 맛있다는 소리가 나온다면! 기쁘고 뿌듯하다. 오랜 기간 가족을 위해 밥을 하신 어머니에게 감사하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넣고, 마음을 뿌리셨을까?
어머니를 부엌에서 완전히 해방시키긴 어려울 테다. 그래도 어머니는 이제 어머니만을 위한 시간을 내어 쓰시고, 내가 그 자리를 잠시라도 채워야겠다. 가끔은 내가 요리사가 되어야겠다.
어머니 비켜나세요. 오늘은 제가 요리사입니다.
한 줄 요약: 가족을 위한 요리는 재미있고, 뿌듯하다.
P.S.
동생도 한 숟갈을 먹더니 맛있다고 했습니다. 정말 괜찮은가 봅니다.
하루 한 끼, 달걀 볶음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