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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ug 16. 2023

시간이 만들어 낸 마음 모양.

어떤 모양이든, 그건 나다.

시간이 만들어 낸 마음 모양


  많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마음 모양이 있다. 마음 모양은 태어날 때 일부 정해지기도 하고, 시간에 따라 이리저리 깎여지고 다듬어지기도 한다. 그러기에, 사람마다 가진 마음 모양은 제각기 다르다. 갑자기 마음 모양이라니? 마음 모양을 생각하게 된 건 최근에 나눈 대화 때문이다.


  들은 이야기다. 신입이 들어왔다고 한다. 내 친구와는 연차 차이도 많이 나고,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으니, 대화가 없었다고 한다. 다 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우연히 그의 생경한 이력을 알게 되었다. 여행 에세이를 두 권이나 출간했다고 한다. 회식 뒤에 그는 내 친구에게 책을 선물했다. 책을 다 읽지는 않고, 앞에만 몇 장 읽고는 다시 놀랐다고 한다.


  어린 그의 삶의 초기에는 거친 바람이 불어닥친 모양이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성인이 되자마자 그는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완전한 익명이 되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에서 자신이 살아갈 길을 만났다고 한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주변을 관찰하는 시간이 되었나 보다. 관찰을 기록을 할 마음을 모았고, 글을 썼을 테다. 글을 쓰는 일을 전업으로 할 수 없으니, 일도 하고 고민을 하다 공부를 선택했다고 한다. 공부를 더해보고,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겠노라고 했다.


  한 다리를 건너 나에게 온 이야기는 마음에 한참 머물렀다. 직접 한 대화가 아니니, 빈틈이 있는 부분에는 내 상상을 더하게 된다. 그의 삶의 초기에는 어떤 바람 종류의 바람이 얼마나 강하게 몰아 쳤을까?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을까? 물론 대화를 한다고 다 알 수 없지만, 지금 그의 마음의 모양은 안정된 듯 상상하게 되었다.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으니 말이다.


  내 마음은 어떤 모양으로 시작했고, 어떤 모양을 만들고 있을까? 다만 하나 확실한 일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에 쓴 일기를 본 일이 있을까? 보고 있으면 난 얼마나 변화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경험이라는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마음의 뾰족한 부분을 깎아 내기도 하고, 조금은 둥글둥글하게 만든다. 물론 깎아내는 것만은 아니다, 움푹 파여 있는 부분을 매우기도 한다. 깎고 메우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나만의 무늬를 남기기도 한다. 


  마음이 변화하는 순간은 잘 모른다. 나도 아마 나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극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알는 것처럼. 초등학교 일기를 보았을 때야 비로소 알게 된 내 마음처럼 말이다. 시간이 만들어가는 내 마음은 앞으로는 어떤 모양이 될까? 시간이 흘러간 뒤의 내 모습이 궁금하다.


  기회가 된다면, 세찬 바람을 맞고 지금은 안정된 그분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다. 다리를 건너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직접 어떤 마음의 모양인지 알고 싶다. 아! 우선 여행 에세이 제목부터 친구에게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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