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Aug 17. 2023

나에게 반복해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내가 경험해야만 하는 일.

나에게 반복해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근본은 같지만, 모양이 조금씩 바뀌어 오는 장면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회사에서의 어려움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관계의 어려움 일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일일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하는 일일 수도 있겠다.


  1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했고, 회사에서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온몸이 타 버려서 안식년을 가지자고 결심했다. 그 결심 속에는 피하는 마음도 한 조각 있었다. 세상에서 주는 어려움을 피하려는 마음 조각. 이제는 떨쳐 일어나 새로운 세상에 가서 반복되는 일을 마주해야 한다. 다시 나간 세상을 크게 다르지 않을 테고, 난 비슷한 장면을 마주 할 테다. 10년 뒤 난 어떤 선택을 할까? 온몸이 다 타 버리고 나면 난 또 안식년을 쉬겠다고 선언하고, 피하는 마음 한 조각 숨길까? 


  난 절대적인 존재를 믿지 않는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절대적인 존재께서 자신이 만들어주신 법칙을 깨면서까지 오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다만, 그분께서 우리에게 관여하고 싶으시다면, 일을 주시지 않을까? 자신이 만든 법칙 내에서 말이다. 물론 이 말이 모든 것을 감내하라는 말은 아니다. 부당한 일에도 의미가 있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어떤 장면이 반복된다면, 그건 나에게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한다. 거대한 의미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고민은 하게 된다. 한참을 고민했다. 경험이 자연스레 따라왔다. 대학 때, 조직에서 하나의 톱니바퀴로 돌아가는 일을 묵묵히 하다 그만둔 일. 영어가 부족해 논문을 쓰는 일이 힘들었던 순간. 회사에서 많은 분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일로 눈치를 보며 지냈던 장면. 


  근본은 같지만, 모양이 다른 일들이 내게 자주 다가온다. 굳이 의미를 찾아낸 다음 거대한 존재의 목소리를 빌리자면 이런 말을 하시지 않을까? 


  "그 일은 네가 꼭 경험하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야."


  물론 내가 가진 결정 구조와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 비슷하게 반복되니, 나는 비슷한 결정을 하고 결국 같은 장면을 본다고 할 수 있다. 조금 신비롭게는 절대적인 존재가 나에게 준 장면일 수 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면, 부당한 일을 감내해야 하는 건 아니다. 모든 사건에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반복되는 일이 있다면 의미를 붙여놓고 견디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내 말을 듣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그분께서 바쁜 와중에 내 말을 듣는다면, 난 조용히 낮게 읊조리고 싶다.


  '알겠습니다. 제가 꼭 경험해야 하는 일이라면 해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이 만들어 낸 마음 모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