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강아지는 평균 수명이 12년, 반려 고양이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라고 한다. 사람의 기대수명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보면 여성은 86.5세, 남성은 80.5세, 전체 평균은 83.5세라고 한다. 인간은 강아지보다는 약 7배, 고양이보다는 5.6배를 더 산다.
반려 동물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다르다.
<인터스텔라>가 떠오른다. 주인공 쿠퍼가 딸을 떠나 우주로 가기 전에 이런 말을 한다.
빛의 속도로 날거나 블랙홀 근처 게 가면 아빠 시간은 평소보다 더 천천히 갈 거야. 아빠가 돌아올 때쯤 우리가 같은 나이일지도 몰라.
반려 동물 입장에서 우리는 늘 블랙홀 근처에 살고, 빛의 속도로 날아간다.우리 시간은 천천히 간다. 상대적으로 그들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견생 2년 차 몰티즈 '희망이'와 함께 산다. 지금은 내가 무척 나이 많은 형이다. 몇 년 뒤면 우리는 같은 나이가 될지도 모른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희망이'는 나를 추월해 갈 것이다. 시간을 빠르게 흘러 '희망이'가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널 날이 온다. 오늘따라 마음이 시리다.
반려 동물의 시간과 내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흐른다.
그래도 조금만 천천히 가렴.
무지개다리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썼지만, 떠나갈 슬픔은 어쩔 수 없다. 내 시점에서 희망이의 시간은 벌써 빠르게 흐르고 있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긴다. 곰곰 생각 끝에는 '희망이'와 조금 더 붙어있자. 희망이가 좋아하는 산책을 조금이라도 더 가자. '희망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쁜 말을 하자. '희망이'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간식을 주자...
그렇게 생각을 적어 놓고 보니. 결국에는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 '희망이'에게 집중하는 일 밖에 없다. 그들의 시간과 내 시간이 다름을 잊고, 지금 함께 있는 이 순간에 집중할 뿐이다. 그래도 조용히 되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