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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Dec 10. 2022

반려동물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조금만 천천히 가렴.

반려동물의 시간을 빠르게 흐른다.


반려 강아지는 평균 수명이 12년, 반려 고양이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라고 한다. 사람의 기대수명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보면 여성은 86.5세, 남성은 80.5세, 전체 평균은 83.5세라고 한다. 인간은 강아지보다는 약 7배, 고양이보다는 5.6배를 더 산다.


반려 동물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다르다.


<인터스텔라>가 떠오른다. 주인공 쿠퍼가 딸을 떠나 우주로 가기 전에 이런 말을 한다.


빛의 속도로 날거나 블랙홀 근처 게 가면 아빠 시간은 평소보다 더 천천히 갈 거야. 아빠가 돌아올 때쯤 우리가 같은 나이일지도 몰라.


반려 동물 입장에서 우리는 늘 블랙홀 근처에 살고, 빛의 속도로 날아간다. 우리 시간은 천천히 간다. 상대적으로 그들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견생 2년 차 몰티즈 '희망이'와 함께 산다. 지금은 내가 무척 나이 많은 형이다. 몇 년 뒤면 우리는 같은 나이가 될지도 모른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희망이'는 나를 추월해 갈 것이다. 시간을 빠르게 흘러 '희망이'가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널 날이 온다. 오늘따라 마음이 시리다.


반려 동물의 시간과 내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흐른다.


그래도 조금만 천천히 가렴.


무지개다리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썼지만, 떠나갈 슬픔은 어쩔 수 없다. 내 시점에서 희망이의 시간은 벌써 빠르게 흐르고 있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긴다. 곰곰 생각 끝에는 '희망이'와 조금 더 붙어있자. 희망이가 좋아하는 산책을 조금이라도 더 가자. '희망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쁜 말을 하자. '희망이'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간식을 주자...


그렇게 생각을 적어 놓고 보니. 결국에는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 '희망이'에게 집중하는 일 밖에 없다. 그들의 시간과 내 시간이 다름을 잊고, 지금 함께 있는 이 순간에 집중할 뿐이다. 그래도 조용히 되뇐다.


"그래도 조금만 천천히 가렴."


시간이 흐르고 있는 '희망이'

한 줄 요약: 서로 다른 속도를 맞출 수 없다. 지금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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