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러 듣기: 스크린 공정

하수처리의 첫 단계 스크린.

by Starry Garden
스크린

하수처리장에는 놀랍도록 다양한 쓰레기가 들어온다. 플라스틱은 물론이고, 나무 막대기, 옷가지,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말이다. 그래서 하수처리장에 제일 앞에는 '스크린'이라는 공정은 둔다. 둥둥 떠다니거나 하수에 있는 쓰레기들은 걸러낸다. 우리가 흔히 보는 체의 역할을 한다. 스크린 공정의 목적은 다음 공정의 각종 기기나 시설을 보호하고 관이 막히는 현상을 막는다.


스크린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통과할 수 있는 크기로 분류할 수 있다. 기준에 따라 조대*스크린, 미세 스크린, 초미세 스크린으로 나눌 수 있다.


*조대(粗大): 거칠고 큼 <디지털 한자사전>


조대는 큰 이물질을 제거한다. 돌, 나뭇가지, 낙엽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미세 스크린은 종이, 플라스틱, 모래, 음식물쓰레기를 분리해낸다. 마지막으로 초미세스크린은 작은 물질이나 조류**의 유입을 막아낸다.


**조류(藻類): 수생태계 먹이사슬의 일차 생산자, 광합성으로 산소를 생산하며 수중에서 식물과 같은 역할 수행. <환경부 전봉석 외, 남조류에서 발생하는 독소의 문제점과 대책(대한 환경공학 지회, 2015),2.>


스크린은 필연적으로 막힌다. 하수는 계속 들어오고, 그에 따라 쓰레기가 쌓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쌓인 쓰레기를 치워야 하며, 세척을 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관리가 소홀해지면 하수가 넘치거나, 악취가 발생하고, 하수처리 전체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삶에서의 스크린

학교생활이든, 사회생활이든, 가족과의 생활이든 우린 생활 속에서 수많은 말을 듣게 된다. 그렇게 들어온 말들은 머리를 거치지 않고 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말들은 내 귀를 막아 다른 말들 듣지 못하게 하기도 하며, 어떤 말들은 내 머리를 한참 휘젓고 지나가 내 생각이 마비되기 도한다.


그 말들은 참 다양하다. 충고를 빙자한 비난, 질책, 잔소리이기도 하고 공감을 빙자한 조롱, 비웃음 야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 말들이 내 삶을 흔들리게 하니, 귀와 머리에는 적절한 스크린 설치가 필요하다.


모든 이의 이야기가 내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무심한 이야기가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이의 말을 무시하며 사는 것도 위험 하다. 그게 경고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니 걸러 듣는 적절함이 필요하다.


걸러 듣기: 3개의 스크린

소크라테스의 3가지 체이야기가 있다. 어떤 말을 하기 전에 3가지의 체로 점검하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내가 누군가의 말을 듣는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3가지의 스크린을 거쳐 타인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진실의 스크린

선의 스크린

유용의 스크린


1. 진실의 스크린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이 진실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내가 뉴스에서 봤는데...", "OOO이 말했는데..."로 시작한다면 진실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스크린에 걸러보자. 진실이라면 비로소 다음 단계의 스크린을 거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가짜 이야기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그저 내 마음을 고장 나게만 하는 이야기니 여지없이 걸러내면 된다. 물론 진실을 판단하는 데에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가짜 이야기에 내가 흔들리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고 시도해봐야 하는 단계이다.


2. 선의 스크린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좋은 내용인지 살펴보는 단계이다. 선이 무엇인가 정의를 내리는 건 어렵다. 철학적인 논쟁으로 번질 수 도 있다. 하지만, 오묘한 경계를 이야기한다기보다는 나에게 발전이 되는가, 내가 속한 조직에 발전을 위한 이야기인가, 내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 인가로 보면 어느 정도 판단이 되리라 생각된다. 연예인의 가십, 누군가의 험담이 나, 내가 속한 조직, 내가 있는 공동체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다만 주의한 부분은 내 마음에 쓴소리가 '선'이 아니라 치부하는 것이다.


3. 유용의 스크린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이 쓸모가 없다면 걸러야 한다. 우린 늘 바쁘다. 일도 해야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도 해야 하며,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반려견, 반려묘와도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그저 소비하는 쓸모없는 이야기로 낭비하기에는 아깝기 때문이다. 나의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어 이해와 공감 능력에 보탬이 되는 이야기, 세계를 좀 더 알 수 있는 지식의 이야기, 우리의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조각들이라면 유용할 것이다. 그 외의 이야기를 힘들어 스크린을 거쳐 듣는건 필요한 일일까 싶다. 그 시간에 내 가족과 이야기를 한 번 더하고, 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지는게 더 좋지 않을까?


3개의 스크린을 거친 이야기는 내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나를 한층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이 스크린으로 걸러 들은 이야기는 내 마음의 혼란이 아니라 성장을 주는 이야기였다.


스크린의 관리

스크린을 통해서 사실도 아니고, 선도 아니며, 유용하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걸러 듣다 보면, 내 마음에 상처를 입히던 이야기는 줄어 들것이다. 이때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스크린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듯, 우리의 스크린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스크린으로 걸렸음에도 마음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폐기하는 일이다.


나는 스크린 관리를 독서, 글쓰기, 산책 그리고 운동으로 한다. 독서는 내 주의를 새로운 대상에 집중케한다. 글쓰기는 몰입하다 보면 내 속에 있던 이야기가 펜을 따라 종이에 배출되어 가벼운 마음이 되게 한다. 산책은 내 주위에 아름다움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는 기회를 주고, 운동은 숨이 가빠오고 몸에 힘을 주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어진다. 이런 활동이 스크린의 찌꺼기를 버리고 세척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관리를 하지 못한다면, 내 스크린은 고장 나 폐기물이 들어와 내 마음을 혼란하게 할 테니 관리는 필수적인 일이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말이다.




하수처리장에 들어오는 쓰레기를 제거하고 물을 깨끗하게 하는 효율을 유지하는 스크린. 우리 삶에 진실도 아니고 선하지도 않으며 유용하지도 않은 이야기는 걸러 듣기로 하자.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 스크린을 관리하여 내게 필요한 말만 듣고, 필요 없는 말이 내 마음을 상처 입게 놔두지 말기로 하자. 그럼 그대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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