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향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Nov 29. 2022

자식에게 전화할 때 부모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부모님은 자식 걱정 표현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자식에게 전화할 때 부모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대학, 군대 그리고 대학원까지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 그때 매일 하려 노력한 일이 있다. 전화다. 계기가 있다. 내가 살던 고향은 유교문화가 강한 곳이다. 어르신이 모이면, 나이를 따지는 것 보다 몇 대손인지 따진다. 어린 나에게 아저씨라며 나이 많은 어르신이 예의를 갖추기도 한다. 큰제사가 있는 경우에는 몇몇 어르신은 갓을 쓰고 등장하신다.


어느 날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큰 행사로 사람이 많이 모였다. 행사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자주 뵙던 어르신이 다가왔다. 예의와 효가 무엇인지 말씀을 시작하셨다.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지만, 단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다.


"부모는 죽을 때 자식 목소리를 많이 듣지 못한 게 한이 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전화는 자주 드려라. 그것이 바로 효의 실천이다."


그 말이 인상 깊었다. 대학에 가서부터 가능하면 매일 부모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별 내용도 없다. 식사는 하셨는지, 잠은 잘 주무셨는지, 지금은 어디 계시는지. 가끔 통화가 길어지는데, 내 일이 궁금하시거나,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이야기할 때다.


그때 기억을 곰곰 되짚어 보면, 특징이 있다. 

전화를 걸면 얼른 끊으려고 하시는 것. 

좀처럼 먼저 전화하지 않는 것.


'왜?'라는 의문이 이제야 든다. 옆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여쭤봤다.


"혹시 바쁠까 봐. 하는 일에 방해될까 봐 그렇지. 자식에게 전화할 때 부모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부모님은 자식 걱정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에 놀란다. 오직 자식 입장에 서신다. 그래서 전화에도 용기가 필요해진다. 그리고 겨우 짜낸 용기로 전화를 했는데, 자식이 바쁘다고 전화를 끊는다. 바쁜 일이 끝났음에도 전화하는 일을 까먹고 다시 하지 않는다. 그럼 부모님은 한참 동안 용기를 모아야만 전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부모님은 자식 걱정에도 용기가 필요해지는 순간이다. 어르신 말을 다시 되새긴다.


부모님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야겠다. 나는 언제든 괜찮다고. 아니다. 내가 먼저 전화하면 될 일이다.



한 줄 요약: 부모님은 자식 걱정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불어넣어 드리자.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가 블루베리 잎을 가져온 까닭-뒷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