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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대학원생인가?

대학원이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걷기

by Starry Garden
"박사과정"


2020년에 6년간의 대학원 생활을 끝마쳤다. 2년이 지난 지금에야 "권 박사"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으니 실감이 난다. 가끔 지도교수님을 찾아뵙는데, 다행히도 지도교수님은 평생 모실만큼 존경스러운 분이라 스승의 날에도 생신에도, 이유가 있을 때마다 학교를 가게 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교수실을 나서면, 긴 복도에 누가 봐도 대학원생들이 지나다닌다. 퀭한 눈, 흐릿한 눈동자, 축 처진 어깨, 힘없는 발걸음, 그리고 푹 숙인 고개 까지. 눈이 퀭할수록, 어깨가 낮을수록, 발걸음에 힘이 없을수록 고개가 더 숙여져 있을수록 연차가 높다. 대개가 그렇다. "자네 대학원생인가?"라는 질문도 필요 없을 정도로 피곤에 찌들어 있다.


참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같은 시기에 로스쿨에서 고군분투하던 친구랑 서로 의지하며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그중에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는데, 변호사가 되는 과정과 박사가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변호사 되는 과정 vs 박사 되는 과정

O 변호사가 되는 과정

변호사는 깨진 독에 물 붓기 하는 과정이다. 시험 당일에 독이 가득 차야 합격을 한다. 깨진 독을 어떻게 가득 채울 수 있을까? 간단하다(?). 나가는 물의 양보다 많은 물의 양을 끊임없이 넣으면 된다. 만일 시험 당일 다 치지 못하면 탈락이고 다음 시험을 준비한다. 제법 찬 독은 소용이 없다. 깨진 틈으로 물이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다음 시험을 준비한다. 깨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을 반복하며 말이다.


외워야할 양이 막대하기 때문에 지금 다 외웠다고 해도 다음해에 안다는 보장이 없다. 시험 준비는 깨진 독에 물 붓기다 된다.


O 박사가 되는 과정

박사는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터널에서 걷는 일다. 그 터널 끝은 'ㄱ' 모양으로 꺾여 있어 끝에 도달하지 않는 다면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는 터널이다. 그리고 한참 걷다 보면 방향감각도 거리감각도 무뎌진다. 그리고 뒤를 돌아봐도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고 다시 돌아갈 용기마저 사그라든다. 그렇게 걷는 게 박사가 되는 과정이다.


박사과정에서 중도 탈락자는 큰 용기를 내신 분들이다. 자신의 청춘을 소비했으나, 아무것도 건진 것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사는 시험 치는 일이 아니니, 끝을 알 수 없다. 그래서 터널 걷기로 비교되나 보다.


둘 다 끝을 알 수 없다는 고통이 있다.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당락이 결정되는 변호사 시험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터널을 걸었다. 그렇게 6년간의 터널을 걷고 뒤를 돌아보니 잘한 일도, 못한 일도, 아쉬운 일도 있었다. 그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특히 선배가 없이, 물어볼 사람 없이 혼자 지내며 알아낸 노하우들이 아까웠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는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두기가 아까웠다.


자네 대학원생인가?


대학원 재학생 153,387명, 중도 탈락 학생 8,970명

인생에 빛나는 순간, 그 기간을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분들 15만 명. 자신을 지키기 위해 대학원을 떠난 9천 명. 현재 대학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학생. 이들에게 그 시설 내가 고민했던 것을, 지나고 후회했던 것을, 지금 봐도 잘한 걸 전하고 싶다. '당신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나 혼자만 하는 고민이 아녔구나',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를 전하고 싶다. 퀭한 눈을 하고 터덜터덜 걷고 있는 대학원에게 말하고 싶다. "자네 대학원생인가? 나는 논문을 이렇게 읽었어, 나는 이런 식으로 논문을 썼어, 논문 아이디어는 이렇게 내었어, 연구노트는 이렇게 써봤어..."


"당신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어"



한 줄 요약: 고된 대학원 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시작한 이야기.



출처: 일반대학원,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이 많은 대학원/ 적은 대학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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