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시대. 질서는 파괴되고 능력 있는 자는 언제든 기용된다. 힘이 천하를 지배하고, 세치 혀로 권력을 쟁취할 수 있다. 시대를 타고 올라가기 위해 수련했다. 오직 말로 권력을 쟁취하리라 다짐했다. 삼십 년간 무림을 호령하는 구파일방과 '오대 세가'를 모두 만났다. 그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비급이 있다. 논쟁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알려주는 비급"
그들이 전하는 실마리를 한 조각, 한 조각 모았다. 드디어 모든 퍼즐을 맞췄다. 한 곳을 가리켰다. 깊은 산속 동굴이다. 지금 그 입구 앞에 서있다.
어둠을 손에 든 횃불로 밀어낸다. 바람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옮긴다. 어둠을 밀고 간 끝에 조그마한 문이 있다. 딸깍. 오랜 기간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이 없다. 안심했다. 두근 거리는 마음을 긴 호흡으로 진정시켰다. 자그마치 삼십 년을 찾아다닌 비급. 이제 눈앞에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상자가 나를 맞이한다. 먼지를 털어낸다. 자물쇠는 없다. 다시 한번 딸깍. 소리만이 좁은 공간을 채운다. 빛이 나온다. 책이 있다. 오랜 세월을 견딘 상자와 다르게 책은 마치 어제 쓴 듯 깨끗하다. <논쟁 필승 비급>. 이제 이 책이 나를 권력 정점으로 올릴 것이다. 세치 혀로 천하를 지배하리라.
긴 호흡에도 심장은 진정하지 못한다. 펼쳤다. 그곳에는 커다란 글자가 있다.
"피해라."
논쟁을 피해라
논쟁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 의견이 맞고, 상대방 생각을 바꾸고자 하는 것일 테다(그냥 기분 나쁘다고 싸우는 논쟁은 여기서 제외하자). 논쟁을 하는 이유는 설득이다. 그럼 논쟁으로 설득이 가능할까? 논쟁을 하는 순간 설득을 할 수 없다.
논쟁을 시작하면 세 가지 경우에 도착한다. 이기거나, 지거나, 아니면 비기거나. 하나씩 살펴보자.
논쟁을 시작했고 이겼다. 내 논리에는 빈틈이 없고, 상대방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입을 닫았다. 눈에는 눈물까지 맺힌 듯하다. 자 그럼 상대방은 내 말을 순순히 들을까? 그리고 자기 생각을 바꿀까?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의지에 반해 설득당했다. 아니 논쟁에서 졌다. 화 크기만 커졌다. 거친 숨을 내쉬며 그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만 보낸다. 전장에서 벗어난다. 그는 이제 논쟁하려 하지 않고 반대만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졌다. 그럼 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그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보내며 전장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조건을 따지지 않고 반대만 하는 사람이 될 테다.
자 비겼다 어떻게 될까? 둘 다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고 거친 숨을 내쉬며 상대방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보낸다. 각자 전장에서 벗어난다. 이제 둘 다 논쟁하려 하지 않고 반대만 한다.
결과는 서로 화만 커지고 만다. 입장이 바뀌기는커녕, 태도만 단단하게 만들 뿐이다. 논쟁 목적인 설득을 논쟁으로 할 수 없다. 그러니, 우선 설득을 위해서는 논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논쟁을 시작하는 순간 설득은 멀어진다. 아니할 수 없게 된다. 에너지와 시간만 들여서 적만 만든 꼴이 된다.
그래서 <논쟁 필승 비급>은 바로 '피해라'이다.
한 줄 요약: 논쟁은 피해라.
논쟁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
THe only way to get the best of an argument is to avoid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