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퀴즈 온 더 블록>을 봤다. 눈에 들어온 초등학생들이 있다. '유느님 인터뷰 프로젝트' 인구감소율 전국 1위인 전북 순창군.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그들의 학교도 점점 왜소해진다. 아이들은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 바로 유느님이라 불리는 유재석과 만남. 그리고 그가 있는 방송국을 찾아가는 일이다.
한 달 동안 아이들은 모여 학을 접는다. 마음을 담아.
아이들은 모여 커다란 종이에 편지를 한 자 한 자 적어낸다. 마음을 담아.
소식을 알게 된 지역 신문 기자는 아이들 이야기를 신문에 곱게 적어 낸다. 마음을 담아.
담긴 마음은 전북 순창에서 서울로 가 닿는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아이들에게 정중히 초대장을 보내 서울에서 맞이한다. 아이들이 결심하고, 하나씩 일을 이루어 나갈 때, 상상했을까? 진짜 만날 줄 말이다.
아이들의 결심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행동이 모여 이야기가 되었다. 이야기가 완성되니, 강한 힘을 가졌다. 그 힘이 순창 아이들을 유재석 앞으로 이끌었다.
이야기 힘은 강하다.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
누구와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야기만 있다면.
아이들의 결심을 보고 누군가는 "허황되다.", "공허하다.", "말이 되냐." "그 시간에 공부나 해라"...로 빈정 거렸을 테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 학을 접고, 편지를 썼다. 이야기는 조금씩 퍼져나가 기자에게 닿았다.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결국 유재석을 만날 수도 있었다.
이야기의 다른 이름은 명분이다. 누군가는 서류뭉치, 지폐 한 장 그리고 명분을 들고나간다. 조선소도 없는 한국에서 배를 팔기 위해서. 어떻게 만드냐는 구매자의 물음에 그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400년 전부터 한국은 철갑선을 만들었다고. 그가 돌아올 때는 배 주문 계약서와 영국 은행 대출을 가져온다. 일 년 후 허허벌판에는 조선소가 완공되었고, 배를 납품했다.
그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왕이 잘못을 할 때, 신하는 목숨을 걸고 이야기한다. 명분을 내세워 강한 힘을 가진 왕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옭아맨다. 왕은 그 입을 막으려 하고, 말을 하는 자의 가까운 이들을 위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결 같이 현재 이익을 버린다. 심지어 목숨을 놓는 일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행동은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명분은 강력해진다.
그들에게는 명분이 있다.
누군가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을 "허황되다.", "공허하다", "말이 되냐"로 빈정거릴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이야기를 만들고 명분을 쌓아간다.
이야기만 있다면, 나는 누구든 만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를 만나서 설득할 수 있고, 은행에 가 돈을 빌릴 수도 있다. 명분만 있다면, 우리는 대통령도, 경제 지도자도, 교황도 만날 수 있다.
다만, 명분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행동이 있어야 만들어진다. 거기다, 고난과 역경이 담긴다면 그 힘은 강해진다. 어떤 이야기는 한 세대가 아니라 몇 세대가 만들어 가기도 한다. 세월이 쌓일수록 이야기는 단단해지고, 명분을 견고해진다.
또, 명분이 있다면 우리는 남루한 현실에 있으면서도 높은 이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현실을 버티는 힘이 되고, 버티는 과정이 모여, 다시 이야기를 강하게 만든다.
내 명분은 무엇인가? 내 이야기는 무엇인가? 가만히 있으면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행동을 해야 한다. 나는 글을 쓴다. 글로 이야기를 적어낸다. 이야기는 모여 강한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명분이 될 테다. 누가 알까? 글로 누구든 만날 수 있을지.
나는 이야기를 쓰고, 명분을 만든다. 남루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높은 이상을 보기 위해. 누구든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