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멈춰 세우는 신호등에 대하여.
바쁜 날이었다. 도로는 막히고 신호등은 계속해서 나타났다. 도착해야 할 시간은 점점 늘어가고, 화를 참는 힘은 점차 줄어든다. 빨간빛이 환하게 빛나며, 나를 막는다. 초록색을 기다리며, 노래를 크게 틀었다. 이 순간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서.
꼭 마지막에 걸린다. 노란색 불을 보며 앞차는 휑하니 가버린다. 나는 신호등 제일 앞줄에 서있다. 다음 신호등에서도 여지없이 걸렸다. 앞차는 바쁜 일이 있는지, 무리해서 주황색 불에 건너갔다. 무척 위태로워 보였다. 나는 가만히 차를 세우고 다음 신호를 기다렸다. 나에게 이제는 가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초록색에 맞춰 속도를 높였다.
초조해진다. 이미 도착 예정시간은 약속시간을 넘어섰다. 전화로 조금 늦는다는 말을 전했다. 괜찮다는 말이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조급하다. 신호등이 더 이상 멈춰 세우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진다. 커진 노래도 이제 내 조급함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멈추라는 주황색 불을 못 본 척하고 건너려다 급히 멈춰 섰다. 이번에도 앞차는 건넜다.
호흡을 깊게 하고, 마음을 다 잡는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 있다.
호흡을 깊게 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다고 마음을 다독인다.
호흡을 깊게 하고, 무리하지 말자. 사고 나면 어쩌려고를 되뇐다.
호흡 덕분에 마음이 진정되었다.
진정된 마음으로 신호등 안내에 따라 교차로를 건넜다. 위태롭고 무리하게 간 차는 바로 내 앞에 서있다. 무리했지만, 다음 신호가 정지시킨 모양이다. 앞선 차는 이번에도 무리해 교차로를 건너간다. 멈춰 세우는 신호등에 따라, 나는 다시 멈췄다.
신호등이 내게 말을 건다. 무리하지 말라고.
무리해서 가지 않아도 된다.
신호등은 무리하는 나에게 잠시 멈춰 서라고 하는 듯했다. 무리해서 건너가더라도 이내 멈춰 세우니, 위태롭게 가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가끔 우리는 조급하다. 공부든, 일이든, 글쓰기든 조급해질 때가 있다. 조급한 마음만큼 무리를 한다. 나는 모르지만, 옆에서는 볼 때 위태롭게 보인다.
조급한 마음만큼 무리해서 간다. 곧 마음에 문제가 생겨 덜그럭 거리고, 몸이 고장 나 삐걱 거린다. 조급한 마음과 무리한 행동은 도착시간을 줄이지 못한다. 문제가 생겨 사고가 날 확률만 높일 뿐이다.
무리를 해서 신호를 건넜다고 해서 빨리 갈 수 있을까? 그 앞에는 또 다른 신호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다. 무리를 해서 가도 거기가 거기다. 그러니, 무리해서 가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가 잠시 나를 멈춰 세운다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여기자. 위태로운 나를 잠시 멈춰 세우는 시간. 그 시간에 짜증이 아니라, 방향을 조정하는 기회가 되리라.
초록색 신호로 바뀐다. 다시 속도를 올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이제는 신호등이 밉지 않다. 잠시 쉬어가고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았다.
무리해서 가지 않는다. 위태롭게 가봐야 소용없다. 우리 인생은 길다. 조금은 천천히 가도 좋다.
한 줄 요약: 나를 멈춰 세운 신호는 나를 생각하게 한다. 조금 천천히 가도 좋다.
P.S.
지각을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일찍 나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