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에 집중하려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아버지는 왜 담배를 피우실까?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신다. 고등학교 때부터 피셨으니, 40년 가까이 담배와 세월을 보내셨다. 몇 차례 담배 피우는 일을 그만두시겠노라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여전히 피신다. 아버지는 호기롭게 이야기하신다.
"손주가 온다면, 담배를 끊어보겠다."
건강 걱정이 되니, 자꾸 끊기를 요구하지만, 녹록지 않다.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시는 노력을 거두시지 않는다. 귀찮을 텐데도 말이다. 아버지께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은 또래 집단의 확실한 소속감 때문이었을까? 아버지는 어떤 이유로 담배를 피우셨을까? 아니 이미 시작은 하셨으니, 왜 계속 피실까?라는 질문이 자란다.
혼자 곰곰 생각에 빠졌다.
숨에 집중하려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아버지 담배 피우시는 모습을 가만히 봤다. 일사불란하다. 한 손에는 담배를 빼고 입에 무신다. 기다렸다는 듯 다른 손은 라이터를 찾는다. 바람이 불을 꺼트리지 않도록 손이 불을 보호한다. 이제 담배에 붉은 불이 환해진다. 검은 재가 만들 때마다, 아버지는 긴 숨을 내쉰다. 후~. 다시 한 모금 숨을 들이쉬길 반복한다. 5분여 재를 털고 꽁초를 들고 돌아오신다.
가만히 바라본 모습에서 아버지는 호흡에 집중하셨다. 담배를 피우는 일은 곧 호흡에 집중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 불쑥 왔다.
"호흡"
바쁘고 거친 삶을 사시는 아버지는 가끔 호흡을 잊고 사시는 건 아닐까? 숨을 챙길 겨를도 없으신 삶. 앞에 놓인 시련을 이겨가는 일에도 바쁜 날이 반복된다. 중간중간 호흡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셨을 때다. 그때마다, 호흡을 보여주는 담배를 찾으셨을 것 같다.
잊고 있던 호흡을 집중하게 하고, 숨 쉬고 있는 나는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말이다. 아버지의 담배는 숨에 집중하는 일이고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셨다.
40년 지기 친구인 담배를 한 번에 끊어내는 일은 힘들다. 거기다, 자신의 살아있음을 알게 하는 담배를 떠나보내기에도 어려운 일이다. 다만, 호흡을 집중하는 일. 살아있음을 느끼는 일을 함께해야겠다.
우선 산책이다. 아버지와 함께 걷고 싶다. 호흡을 공유하며, 살아있음을 나누면서 말이다.
한 줄 요약: 호흡에 집중하기 위해 피우시는 담배.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담배. 이제는 산책으로 대신해 볼까요?
P.S.
아버지께서 담배 피우시는 일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담배 피우시는 일을 즐기시는 모든 분에게 조금만 줄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호흡을 그리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참고로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