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한 글을 퇴고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글을 모아서 브런치 북으로 만들기 전에 어떤 글이었는지 읽으며 고친다. 또 다른 경우는 글 목록을 쭉 보다가 어떤 글이었나 싶어 들어가 읽어 내려갈 때 고친다. 읽어 내려가다 단어를 고치거나, 문장을 다듬는다. "한 줄 요약"을 넣어 글을 명확하게 만들 때도 있다.
어떤 경우는 크게 고치기도 한다. 문단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문단을 통째로 없애거나 넣기도 한다. 글을 고칠 때마다, 글이 조금씩 좋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오만하게(?) 꾸준한 글쓰기로 내 실력이 조금은 좋아진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불쑥 나온다.
어떤 이유에서건 지난 글을 보며 매번 느끼는 감정이 있다.
"내가 쓴 글이 맞나?"
시간이 흐르면 내 글도, 내 글이 아니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망각이라는 녀석이 내 기억을 사그라들게 한다. 그건 내 글도 마찬가진가 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객관화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기억에서 잊혀, 내가 쓴 글에 나는 이제 독자가 된다. 독자로 읽게 되니, 이상한 단어가 보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문장이 보이기도 한다. 문장과 문장이 서로 어색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한다.
시간이 글쓴이를 읽는 이로 바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내 글도, 내 글이 아니게 된다. 그러니, 나는 한 발짝 떨어져서 내 글을 보고, 고칠 수 있게 된다. 단어는 딱 맞은 자리에 앉고, 문장은 매끈해진다. 문장과 문장은 서로를 단단히 묶어 문단으로 만들어진다.
다른 이가 하는 퇴고도 내 글이 좋아지는 길이 되지만, 시간이 흘러 조금은 성장한 스스로가 지난 흔적을 보며 고쳐나가는 일도 무척 의미 있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를 서로 볼 수도 있고, 글이 조금은 더 성장할 수 도 있으니 말이다.
지금 발행하려던 브런치 북을 잠시 멈추고 지난 글을 유심히 보며 고치고 있다. 조금 더 좋은 글을 위해서. 조금 더 성장하는 나를 위해서.
시간이 흐르면 내 글도, 내 글이 아니게 된다. 그러니 지난 내 글을 찾아가자. 잘 다듬어 새로운 글로 새로운 나로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