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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an 21. 2023

설날 맞이, 어머니 만두 비법 공개!

만두 만(饅) 자가 아니라 가득 찰 만(滿) 자입니다.

설날 맞이, 어머니 만두 비법 공개!


"오랜만에 만두 만들까?" 어머니가 뜨개질을 하시며 말하셨다.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답했다. "네!" 할머니 기억에 연결되어 있는 음식이 몇 가지 있다. 두부, 전, 콩가루 냉잇국. 그중에 하나가 만두다. 어머니 표 만두는 할머니 만두와 연결되어 있다. 할머니 만두처럼, 만두소는 매번 바뀐다. 하지만 도도히 흐르는 중요한 원칙이 있는데, 바로 "건조하게"다.


만두 속 재료


이번에는 두부, 부추, 묵은지, 목이버섯, 고기, 당근이다. 아까 원칙을 다시 떠올려보자. "건조하게" 모든 재료의 물을 빼는 일이 시작이다. 두부는 물이 많다. 면포에 싸서 꽉 짠다. 몇 번을 짜고 나면 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두부가 나올 지경이다. 그리고도 물을 날려버리기 위해 두부를 볶는다.


고기도 마찬가지다. 고기에도 꽤 많은 수분이 있다. 오래도록 볶으며 많은 물을 날린다. 그리고도 어머니는 체에 넣은 다음 한참을 두시며 물을 뺐다.


묵은지, 목이버섯, 부추, 당근도 곱게 다진 다음 물을 뺀다. 하나의 원칙인 건조하게를 철저히 지킨다. 만두소의 준비가 끝났다. 준비된 고기, 두부, 부추, 목이버섯, 묵은지를 섞으면 된다.


물이 쭉 빠진 두부
곱게 다진 부추, 목이버섯, 묵은지


이제는 만두소를 만두피로 싼다. 만두피 가운데 만두소를 한 숟갈 채운다. 만두피 가장자리에 따뜻한 물을 바르고 꾹꾹 눌러 싼다. 그럼 만두 하나가 빚어진다. 쟁반을 채워가는 만두를 보며, 맛있게 먹을 가족이 떠오른다. 채워지는 만두만큼 마음도 채워진다.


(아래의 그림 중 파란색 쟁반이 내가 빚은 만두. 붉은색 쟁반에 있는 만두가 어머니께서 빚은 만두다.)


완성되어 가는 만두


만두 만자가 아니라 만족할 만자입니다.


만두를 찾아봤다. 만두(饅頭) 만두 '만'에 머리 '두'자다. 기억 저편에 있던 만두 기원이 떠오른다. 글을 적기 전 만두 기원을 조사를 했더니 세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제갈량 기원설", "장중경 기원설",  "메소포타미아 기원설" 제갈량 기원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만두 이야기 주인공은 중국 삼국 시대에 촉한 승상 제갈량. 남쪽으로 정벌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서 있던 일이다. 그를 막아선 큰 강이 험해 건널 수 없었다. 제갈량이 현지인을 불러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50명의 머리를 바쳐 영혼을 달래야 한다고 한다.


부하들은 앞다퉈 말한다. 전쟁 포로 50명을 제물로 바치자고. 그는 "전쟁으로 이미 죽은 사람이 많다. 또 죽일 수 없다."라며 꾀를 낸다. 밀가루 반죽으로 사람 머리 모양을 만들고 그 안에 고기와 야채를 다져 넣는다. 바로 만두의 탄생이다.


50개의 만두를 바치고 나니, 험했던 강은 잔잔해지고, 촉한 군대는 무사히 강을 건넜다고 한다.


머릿속에 있는 만두 이야기 때문에 나는 만두에 만자가 오랑캐 만(蠻) 자 인 줄만 알았다. 이제 보니 만두 만(饅) 자였다. 이번에 만두를 만들며 만두의 만자를 바꾸고 싶다. 바로 가득 찰 만(滿).


어머니와 함께 빚은 만두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채워진다. 가족들과 나눌 생각에 따뜻한 마음도 채워진다. 그런 마음으로 채워지니, 만두는 가득 찰 만(滿)이라 할만하다.


오늘은 가족과 만두를 나눈다. 내 마음을 채운 따뜻한 기운을 나눈다.



한 줄 요약: 내가 직접 만든 만두가 온 가족 마음을 채우길.



P.S.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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