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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12. 2023

그녀의 출근길은 왜 오르막일까?

마음이 만든 경사로.

그녀의 출근길은 왜 오르막일까?


여자친구 출퇴근을 한다. 버스를 타고 내린 뒤, 15분 정도 걸어간다. 보통 가는 길에 통화를 한다. 전화를 자주 하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똑같은 길, 똑같은 거리, 경사가 없는 평평한 길이지만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 시간이 무척 다르다는 사실이다. 통화한 시간을 보면 출퇴근 시간이 나온다. 출근할 때는 20분, 퇴근할 때는 12분. 


사실을 깨닫고는 여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다. 여자친구는 짧게 이야기한다.


"마음에 경사가 있어서 그래."


단박에 알아차렸다. 출근하는 길은 오르막이라는 마음의 경사로가. 퇴근하는 길은 내리막이라는 마음의 경사로가. 출퇴근 시간이 차이를 만든 모양이다. 


내가 만드는 경사로.


참 다양한 일들이 다채로운 모양으로 내 앞에 놓인다. 그럼 즉각 마음에는 경사로가 만들어진다. 즐거운 일인 경우에는 가는 길이 힘들지 않을 내리막길이. 싫은 일인 경우에는 가는 길이 힘든 오르막 길이. 마음이 길을 만들고 걷게 한다. 가끔 힘든 날에는 주저앉기도 한다. 


마음이 만들어낸 경사로. 단박에 오르막길을 없애거나, 조정할 힘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음먹는 일태도를 결정하는 일뿐이다. 곧 경사로 각도를 조정하는 일. 무기력하게 상황을 받아 드리고 마음을 고쳐 먹느라는 소리 같다. 상황이 벌어지면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다만, 태도를 결정해 각도를 조금은 조정해 보자는 말이다.


마음먹기, 태도 결정이 기울기를 만들고 실제로 우리의 몸이, 차이를 만들어낸다. 여자친구가 한 이야기가 제 마음에 들어와 한참을 머물 모양이다.


나에게도 가기 힘든 마음에 경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에게도 가고 싶은 마음에 경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무척 하기 싫어 가파른 오르막길은 조금은 그 각도를 낮춰보자.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 가기 편한 내리막 길은 조금은 각도를 완만하게 해 보자. 빠르게 걷다 사고가 날 수 있고, 빠르게 그 시간이 끝나지 않게 하는 일이다. 물론 쉽지 않을 일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경사로를 따라 나는 걸어간다. 조금이라도 편한 경사로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한 줄 요약: 경사로는 마음이 만들어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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