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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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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11. 2023

여기까지 오는 데 가족도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혼자 하는 일은 없습니다. 자주 표현하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가족도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판에 박힌 말이다. 퇴직을 하시거나, 상을 받는 분들이 종종 하는 말. 들을 때마다, 그런 말을 왜 하시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정말일까? 자신이 투쟁해 온 삶의 매듭을 짓는 시점에 모든 공을 돌리는 마음은 어떨까? 그리고 정말 가족의 희생이 기반이 된 일이 맞을까? 나도 그런 날이 온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을 먼저 찾을까? 그리고 판에 박힌 말을 하며 마음이 먹먹해질까? 내 마음 정원에 생각 하나가 심겼다.


군 생활을 오래 하신 분의 퇴임식을 유튜브 알고리즘 안내에 따라 봤다. 그분도 판에 박힌 말을 하신다.


"여기까지 오는 데 가족도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누가 봐도 강인한 군인인 그분은 말을 멈춘다. 온갖 생각이 떠오른 모양이다. 아래에 있는 가족을 지긋이 보시다,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간다. 다음으로 동료, 후배, 선배들 덕분이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내 마음에 심긴 생각을 찾아갔다. 어떤 생각이 자라났는지 다시금 보게 된다. 어떤 일을 성취할 때, 가족의 도움은 얼마인가?


나무는 생각보다 훌쩍 자라 있다. 나무를 한 바퀴 돌고 그늘에 앉아 생각을 한다. 나는 가족에게, 친구에게, 어떤 고생을 공유하고 그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나?


가만히 나무 아래에서 생각을 해보니, 판에 박힌 저 문장이 딱이라는 생각이 환해진다. 어디 하나 나 혼자 한 일이 없는 것만 같다. 평온한 마음을 지닐 수 있었던 것도 가족이라는 든든한 분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힘들고 지쳤을 때 의지할 분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위로가 된다. 


그들은 다치고 힘든 날을 그저 보듬어 준다. 마음으로 나를 지지해 주는 분들이 있기에 그분들 덕분에 나는 오늘도 세상으로 나가는 한 발을 디딜 용기를 얻게 된다. 버팀목인 그들도 무거운 나를 지지해 주시느라 고생이 많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동생도 그리고 여자친구도 머리에 스친다. 그 뒤를 따라 선생님도, 친구들도 떠오른다. 어디 하나 나 혼자 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커진다. 나도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내가 어떤 일을 성취한 뒤 받은 상은 없지만, 긴 세월의 매듭을 짓는 시점은 아니지만, 나를 버티게 해 준 이들에게 가족에게 말하고 싶다.


"여기까지 오는 데 가족도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혼자 하는 일은 없습니다. 자주 표현하렵니다.


임관부터 장군이 퇴임 때까지 삼십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견뎠다. 매듭을 하나 만들고, 가족에게 참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전하셨다. 물론 생활을 하며 자주 당신의 마음을 전했을 수도 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이 있었기에 연설을 하는 그 시점 무척 감동으로 다가온 것 일 수 있다. 거기다 다행히도 말할 기회도, 얻으셨다. 


모두에게 그러한 기회가 오진 않는다. 마음에만 담고 있다고 해서 알 수 없다. 안다고 하더라고 흐릿하게 알 뿐이다. 우린 말을 하고 표현하여 고생이 많은, 나를 지탱해 주는 이들에게 꼭 말해야 한다. 고생이 많으시다고, 감사하다고. 


나는 오늘도 표현하고 싶다. 혼자 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여기까지 오는 데 가족도 참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한 줄 요약: 나를 지탱해 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 인사 드립니다. 



P.S.

제 글쓰기를 지탱해 주시는 작가님들에게도 감사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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