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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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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08. 2023

이도 저도 안되면,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꽤 괜찮다.

이도 저도 안되면,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자.


참 가기 싫을 때가 있다. 모임이 될 수 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하필 그런 날이었다. 명상으로 호흡을 다스리고, 책을 읽으며 다른 생각에 집중했다. 산책으로 싫은 일을 잊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들끓는 마음을 안고, 약속 시간에 여유 있게 가려고 일찍 차에 올랐다.


오늘따라 길은 막히지도 않고, 잘 간다. 도착 예정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스트레스는 길어진다. 큰 소리로 노래를 틀어 콘서트장을 만들어도, 노래를 부르며 노래방을 만들어도 가기 싫은 마음은 여전히 크다. 노랫소리를 낮추고 약속 장소까지 다가왔다.


시간이 여유 있어 약속 장소 입구를 확인하고 그냥 걸었다. 아직도 여전하다. 가기 싫은 마음이. 긍정적인 태도를 결정하리라 생각했다. 모든 사건에는 좋은 면이 한 조각이라도 있다고 믿었다. 좋은 일이 있을까? 산책을 한참 가다 새로 연 가게를 지났다.


아르바이트생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물론 내 마음이 그분의 표정을 '억지'라고 해석한 탓이 클 테다). 나와 비슷한 마음이라는 생각이 가득해진다. 이제는 약속 시간이 다가와 산책을 멈추고 방향을 바꿨다. 가는 내내 아르바이트생 얼굴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마음에 소리가 하나 크게 울렸다.


이도 저도 안되면,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자.


그러면 조금은 괜찮다.


웃음을 지으며 모임에 들어갔다. 알아두면 꽤나 쓸데없는 잡학 한 이야기가 오간다. 네 시간 동안 한 번의 자리 이동.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제야 비로소 모임이 끝나고 어두운 밤길을 헤쳐 나간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가는 느낌이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고,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괜찮아졌다. 시간에 따라 받은 돈은 없지만 말이다. 차에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아무것도 벌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경험이라는 시급을 받았고,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관계라는 일당을 받았다. 아! 제일 중요한 글감이 지급되었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마음을 잘 다독여도 참 하기 싫은 일이 말이다. 이런저런 방법을 써도 싫은 마음이 진정이 안될 때, 그리고 긍정적인 태도를 결정하기도 어려운 일 말이다. 그럴 때는 아르바이트한다고 생각하고자 한다.


주는 시급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일이든 시급이 오긴 한다. 혹시 하기 싫은 일을 떠맡은 분들에게 오늘의 아르바이트를 응원한다. 당신이 받은 시급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이번에 내가 받은 시급으로 정산된 글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한 줄 요약: 이도 저도 안되면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자. 내게 주어진 시급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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