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기다렸다. 8시 시작이지만, 한 시간 일찍 가게에 갔다.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손님이 뜸했다. 동생도 책을 가져와 읽는다. 시간이 얼마 지났을까? 베로니카도, 셜리도 오셨다. 반가웠다. 오늘은 어떤 책을 가져왔을지도, 어떤 이야기를 가져오셨을 지도 궁금했다.
자리를 만들고 조명을 낮췄다. 시끄러운 바깥 세계와 단절된 책 세계가 만들어졌다. 보통 지난주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본다. 비슷하다. "별일 없었다." 우리의 삶은 일정하다. 큰 변동 없이 그렇게 흘러간다. 때론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러기에 책으로 만든 세계가 재미있다.
이제 시작이다. 오늘은 어떤 책을 가져오셨는지 물어본다. 이제 진짜다.
독서모임이 시작한다. 시끄럽고 지루한 세계와 분리된다.
우리가 독서를 하는 이유.
쓰담 (커피문고 대표)
- 가져온 책: <더 셜리 클럽>
- 읽은 책: <어스>
베로니카
- 가져온 책: <베로니카는 죽기로 했다>
셜리
- 가져온 책: <데미안>
어니스트 (starry garden)
- 가져온 책: <베로니카는 죽기로 했다>
- 읽은 책: <서평 쓰는 법: 독서의 완성>, <독서의 궁극, 서평 잘 쓰는 법>
우린 생각보다 바쁜 삶을 살아간다. 시간은 늘 부족하다. 삶을 꾸려가는 동안 책 읽을 시간 쉬이 나오진 않는다. 그러기에 책은 시간이 있을 때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 읽어야만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독서모임이 귀하다. 시간을 내어 읽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눈길이 간 책은 셜리가 가져온 <데미안>이다. 세 번을 도전하셨다고 한다. 이번이 네 번째. 완독을 하리라는 의지를 다진다. 그런 책이 있다. 완독이 참 안 되는 책. 대부분 완독을 접으면 한참을 보지 않는다. 그러다 잊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잊히지 않는 책이 있다. 셜리에게는 <데미안>이 그런 책인가 보다.
각자 시간을 내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차를 한잔 마시며 몸이 뜨끈해졌다. 책을 보며 마음이 따스해졌다.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읽는 시간이 끝나고 나는 마음에 담긴 질문을 던졌다.
"독서를 시작한 이유가 있으세요?"
시간을 내어 책을 읽으시는 분들 답게, 지체 없이 답이 나온다.
베로니카
책 읽기는 위로입니다. 어려운 날을 버티게 해주는 것이 책이었습니다. 독서는 저를 지지해 주는 버팀목이자 힐링 도구입니다.
셜리
중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어서입니다. 무게 중심은 나에게로 하는 일이 책 읽기라고 생각합니다. 무게중심이 저에게로 오니, 사람에게도 환경에게도 덜 흔들리게 됩니다.
쓰담
마음이 힘들고 고민이 있을 때, 책을 찾았어요.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기도 하고, 무언가를 알아 간다는 사실로 제 마음이 커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책을 읽습니다.
어니스트
시간당 가장 저렴한 취미라서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책 읽기는 유연한 사고를 하게 만들고, 단단만 마음을 지었습니다. 유연하고 논리적 사고를 위해, 흔들리지 않을 마음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
공통이유가 하나 있었다.
지적 허영심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는 자신이 멋져 보이거든요.
시작이 지적 허영심을 채운다는 말에 누군가는 비난하고 비판할 수 있겠다. 내놓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지석 허영심, 멋져 보이는 자신을 위해 책을 읽는다는 말을 지지하고 싶다. 그렇게라도 시작하는 일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또, 그런 시작이야말로 가벼운 마음이다. 멋져지는 스스로를 보며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를 생각해 보면 된다.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책 읽기를 시작하다고 생각해 보자. 목적에 눌려 오래 지속하지 못할 테다.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한다. 완독을 해야만 한다는 무거운 마음이 누를 테다.
많은 분들이 책 읽기를 시작하길 바란다. 가벼운 마음이라면 더 좋겠다. 시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전하고 싶다.
"책 읽는 그대는 멋집니다."
오늘도 시간을 내어 책을 읽으며 멋진 내가 되었다. 유연한 사고를 하는 시작이 되었고, 단단한 마음을 다졌다. 이제 책 세계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간다.
다시 시끄럽고 지루한 세계로 나간다.
한 줄 요약: 가벼운 마음으로 책 읽기를 시작합니다.
독서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적어 두었습니다. 나누고 싶은 문장일 수도 있고, 자신의 느낌을 전달할 수 도 있습니다.
셜리
"우리 집안의 정돈된 평화의 한가운데서 나는 소심하게, 그리고 고통받으며 유령처럼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