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 시작: 논문 찾는 방법>에서 논문을 찾는 방법과 얼마나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논문 읽기 만큼이나 중요한 건 정리하기다. 논문은 매우 건조한 글인 데다 공학 논문의 경우에는 숫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기억에서 희미해지기 일 수다. 또 기억에 의존하다 보면 논문을 쓸 때 참고문헌 작성이 어려워지니 기록은 필수적이다. 나는 논문을 읽고 기억하는 것을 3단계로 구성했다.
"읽기 => 정리 => 분류"
1. 읽기
나는 앞선 글에서 (<연구의 시작: 논문 찾는 방법> 참고)몇 편의 논문을 정한 후 프린트를 해서 아래 그림과 같이 제본하였다. 단면 제본을 하면 왼쪽 편에는 빈 종이가 있고 오른편에는 논문이 있게 된다. 논문을 읽다가 필요한 내용을 빈 종이에 적기도하고, 논문의 발췌 또는 요약을 하기도 했다. 또 떠오른 아이디어와 모르는 단어를 적어 두곤 했다.
논문 본문에는 중요한 문장을 붉은색 펜으로 강조했다. 그럼 다시 읽을 때는 훨씬 수월해져서 이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다 읽을 논문 상단에는 일련번호를 적어 두었다. 예를 들어 'SG-001'로 할 수 있겠다. 같은 일련번호를 논문 PDF 파일 명으로 바꿔둔다. 일련번호를 적어두면, 다시 논문을 찾거나 참고문헌을 만들 때 편리했다.
(좌) 제본한 논문, (우) 읽었던 논문
2. 정리
논문은 보통 '초록-서론-재료 및 방법-결과 및 토의-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널에 따라 순서는 다를 수 있으나, 5개의 항목이 있다. 초록은 논문 전체 중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 논문 흐름을 한눈에 보여준다. 서론은 이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을 적어 낸다. 즉, 현재 기술의 수준은 어디까지 왔으며, 어떤 문제점이 있어 우리의 연구가 필요하다로 전개된다. 재료 및 방법은 어떤 실험을 했으며, 어떤 방법을 이용했는지를 자세히 다룬다. 결과 및 토의는 제시한 재료 및 방법으로 실험한 결과를 보여준다.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결론은 논문 전체를 짧게 기술한다.
서론
내 경우에는 서론을 따로 정리하진 않았다. 다만, 중요한 문장이 있거나 논리 흐름이 있다면 논문 제본 왼쪽에다가 짧게 기술했다. 한 분야를 반복적으로 읽다 보면 그 분야의 기술 수준과 문제점이 반복적으로 나오니, 정리를 하지 않더라도 기억에 남았다.
재료 및 방법
재료 및 방법은 자세히 정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실험의 조건을 설정하거나, 실험 방법을 비교해 현재 실험실에서 구현이 가능한지를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목적한 바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지만, 실험실에서 당장 구현하기 어렵다면, 같은 결과를 내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내 실험의 적정 범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된다.
결과 및 토의
결과 및 토의는 3~4 줄 정도로 정리한다. 그리고 저자의 논리 흐름 중 기억해둘 만한 것을 정리한다. 세세한 결과의 경우에는 논문 왼편 빈종이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최종 결과가 숫자인 경우에는 꼭 표에다가 기입해야한다. 그 숫자들이 모여서 내 실험의 결과의 범위를 알 수 있게 되고, 내 실험 결과와 다른 저자의 실험 결과를 비교해 어느 부분이 더 좋아졌는지, 아니면 다른지를 알 수 있다.
논문 정리 예
3. 분류
마지막은 분류하기다. 2번까지 따라왔다면, 논문 한편이 표 한 줄이 된다. 분류를 위해 표 첫 부분인 Ref. (Reference, 참고문헌)에 저자의 이름과 일련번호를 적어둔다. 다른 논문을 읽고 이 표를 보며 기억을 되살리고 싶을 때 일련번호를 따라 제본된 논문을 펼쳐보거나 논문 파일을 찾아보면 된다. 그 일련번호는 참고문헌을 만들거나, 다른 논문과 비교할 때 빠르게 찾을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기억력의 한계가 존재해 많이 읽고 나서도 아무것도 남지 않거나, 다시 찾기가 힘들어 고생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읽기=> 정리=> 분류' 3단계이다. 읽는 방법이 다를 수도, 정리하는 방법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쓰던, 기억해야 실험도 하고 쓸 수 있게 된다.
지금 논문을 읽기만 하고 정리를 하지 않으신다면 3단계 방법을 시도해보시기 바란다. 해보고 자신의 버전 3단계를 만든다면, 보다 편한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