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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r 15. 2023

자기 사용 설명서를 작성 중입니다.

계속 써야 보겠습니다.

자기 사용 설명서를 작성 중입니다.


책도 있다.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스스로를 알아가기 위해 MBTI를 하기도 하고 에니어 그램으로 나를 분석하기도 한다. 또, 생년월일과 얼굴을 보고 자신을 알려고 하고, 남을 알려고 한다. 심리검사도, 관상도, 사주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나를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우린 세상에 던져진다. 아무런 설명 없이. 물건을 사면 따라오는 기다긴 사용 설명서 한 조각 없이 말이다. 평소에 물건을 사고 보지도 않는 사용 설명서가 있길 바란다. 나를 알아가고 싶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을 모르니, 세상에 정해놓은 전형을 따라간다.


하지만, 복잡한 인간이 세상에서 정해 놓은 몇 가지 전형으로 분류될 수 없다. 전형을 부수려다 내가 부서지기도 하고, 전형에 나를 맞추려다 내가 고장 나기도 한다. 하지만, 모르기에 세상에 정해둔 몇 개의 길을 따라간다. 대학에 가고, 대학원을 진학했지만, 그때까지 나는 나를 몰랐다. 세상이 알려주길, 어디엔가 사용설명서가 있길 바랐다.


박사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알게 되었다. 그런 건 없다고, 자기 사용 설명서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써야 하는 것이라고.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라고.


지금은 자기 사용 설명서를 작성 중이다.


계속 써보겠습니다.


글쓰기가 나에게는 자기 사용 설명서를 쓰는 계기가 되었다. 내 마음에 있던 아픔을 드러내고, 거기에 난 어떻게 했는지 적어두었다. 다시 보게 된 글에서 다음에 올 아픔에 내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고, 나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알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수정된 버전이 만들어진다.


어떤 날에는 괜히 이유도 없이 우울해지는 경우가 있다. 가만히 이유를 알아보기도 하고 원인을 찾아내기도 한다. 다행히 원인을 알게 되면, 해결해 우울을 빨리 빠져나오기도 한다. 어떤 날에는 이유도 원인도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럼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기록한다. 내 사용 설명서를 한 줄이 늘어난다.


아마 우린 평생을 자기 사용 설명서를 쓰다 죽는 건 아닌가 싶다. 생애 전체는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는 일 뿐은 아닐까?  실패가 있고, 극복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기록해 두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일이 될 테다.


나는 참 오랜 시간 동안 자기 사용 설명서를 작성 중일 테다.



한 줄 요약: 오늘도 자기 사용 설명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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