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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27. 2023

할머니도 빠네를 드십니다.

전형은 없습니다.

할머니도 빠네를 드십니다.


<백패커>를 즐겨 본다. 백종원과 아이들(?)이 가방을 하나 매고 어디든 가 밥을 한다. 군대에 가서 500명 밥을 준비하시고 하고, 어린이 집 점심을 책임지기도 한다. 단체 급식을 하는 곳이라면 어디는 가, 어떤 음식 든 만드는 백종원과 아이들. 백종원을 원하는 곳에 가 외친다.


"백종원 시키신 분!"


눈에 들어온 곳이 있다. 경상북도 예천. 시골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사는 시골. 푸르른 나무와 나지막한 집들이 있는 그곳에 백 선생님이 불려 갔다. 도착지는 미술관이다. 이른바 할머니 미술관인 신풍미술관이다.


할머니들은 마을 벽마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신다. 작품으로 미술관을 채우고 계셨다. 그림은 독일로 전시회를 가기도 했다. 할머니들에게 늘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하시던 미술관 관장 주문은 다음과 같았다.


'MZ 세대가 즐겨 먹는 음식.'


백 선생님이 준비한 음식은 세 가지. 호박 크림수프, 치즈가 덮인 함박스테이크, 새우가 있는 빠네 그리고 멜론 빙수. 서울에서도 뜨거운 장소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음식이 준비된다. 음식을 보며, 할머니 입맛에 맞을지 고개를 갸웃했다. 국도, 찌개도 밥도 없는 음식.


음식을 순서대로 내어가고, 설명이 이어진다. 내가 고개를 갸웃한 게 민망할 정도로 잘 드신다. 다 드시고는 다들 외치신다.


"우리가 오늘 이런 걸 먹어 보네~"

"살다 살다 이런 음식 처음 먹어 봅니다."

"90 평생 처음 먹는 음식입니다. "


그리고 도달한 결론 하나. "무척 맛있습니다!" 할머니도 빠네를, 함박스테이크를 드십니다. 그거도 잘!



 전형은 없습니다.


전형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들이 좋아하리라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 햄버거와 피자는 싫어하시라는 믿음. 한정식만 좋아하리라는 판단. 이번 영상을 보며 완전히 깨졌다. "그런 건 없다. 다만, 체험만 있을 뿐이다"는 생각이 커졌다.


영상은 끝났지만, 머리에는 생각이 재생된다. 우리 부모님은 빠네를 아시나? 혹시 똠양꿍을 좋아하시려나? 인도식 카레는 어떨까? 멜론 빙수는? 주문서가 길어진다. 부모님에게 그려진 전형이 머리에서 하나씩 무너진다.


영상 마지막 인터뷰처럼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나는 부모님에게 이런 거 한 번이라도 사줘 본 적 있나?'


그리고 어머니에게 여쭤 본다. 이번주 아버지와 함께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자고! 어머니도 아버지도 흔쾌히 동의하신다.


경험을 넓혀드리자. 전형을 부셔보자.



 한 줄 요약: 전형은 없다. 부모님에게 새로운 경험을 소개해드리자.


출처: tvN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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